SK온 대표 행사 불참...LG엔솔·삼성SDI 대표는 참석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이석희 SK온 사장이 오는 5일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5’ 도어스태핑(약식 기자회견)에 불참한다.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에서 배터리 3사의 대표 중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셈이다. 회사 측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들었다. 

인터배터리는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R&D 성과를 발표하고, 향후 사업 방향성을 공유하는 중요한 행사다. 무엇보다 배터리 3사의 최고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산업의 흐름을 설명하고 각사의 전략을 시장에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특히 도어스태핑은 핵심 이벤트 중 하나다. 기자들의 돌발 질문이 오가는 자리에서 기업 대표는 실적과 사업 계획에 대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사장은 지난해 인터배터리 도어스태핑에서 “올해(2024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결과는 영업손실 1조원대.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행사에 불참하는 것은 여러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다. SK온 측은 대신 박기수 연구개발(R&D) 본부장을 보낸다고 했다. 

SK온은 이르면 내년을 목표로 IPO를 추진 중이다.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성장성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SK온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탓에 업황이 부진한 데다 여전히 적자 기조라는 점이 시장의 우려를 키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편으로는 IPO를 앞두고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려면 회피보다는 솔직한 답변과 전략 제시가 우선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 뼈아픈 대목은 SK온만 빠진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이번 행사에서 최고경영자가 직접 참석해 각사의 기술 개발 현황과 사업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불황 때 발휘하는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태도다. SK온이 올해 실적 전망을 자신하지 못한다고 해도 CEO가 직접 시장과 소통하며 위기 속에서도 신뢰를 쌓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리더십은 숫자로만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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