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출신 김영식 사장 선임···IPO 앞두고 체질 전환 가속
재무 안정화 끝내고 ‘하이테크 인프라 기업’으로 가치 높인다
SK그룹 반도체 밸류체인 강화···하이닉스와 시너지 본격화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SK에코플랜트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반도체 전문가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전면에 내세웠다.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재무구조 안정화의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HBM 양산 이끈 ‘현장형 리더’···공정 노하우가 핵심 자산
31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전날(30일) 신임 사장으로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CPO)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형근 사장이 사임함에 따라 장동현 부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 경영 파트너로 김 사장 내정자가 합류하는 형태다. 김 사장 내정자는 향후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1967년생인 김 사장 내정자는 반도체 생산 현장을 20년 이상 이끈 ‘공정 전문가’다. SK하이닉스에서 포토기술담당, 제조·기술담당을 거쳐 양산총괄(CPO)까지 역임하며 반도체 제조 공정 전반을 책임졌다. 그룹 내에서도 기술력과 실행력을 겸비한 ‘현장형 리더’로 평가된다.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 대량 양산체계를 구축해 역량을 인정받았다. HBM은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적인 초고속 메모리로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는 고난도 공정이 요구된다. 김 사장 내정자는 생산라인 효율화와 품질관리 시스템을 정립해 안정적인 대량생산 체계를 완성했다.
이러한 경험은 SK에코플랜트가 추진 중인 반도체 플랜트·클린룸(청정시설) 사업의 품질 관리와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 최적화와 생산라인 관리 노하우를 보유한 김 사장 내정자가 설계·시공 단계부터 실제 제조 환경에 맞춘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어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김영식 사장 내정자는 기존과 차별화된 반도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회사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성공적인 IPO 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부채비율 420%→233%…재무 안정화 토대 완성
SK에코플랜트는 지난 3년간 대표이사인 장동현 부회장과 김형근 사장 체제에서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했다. ESG와 폐기물 중심 사업을 강화하며 외형을 확장했지만 수익성 한계가 드러나자 자산 매각과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환경 자회사 3곳을 약 1조7800억원 규모로 매각하며 자산 효율화에 속도를 냈다.
부채비율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2021년 약 420%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2022년 256%, 2023년 236.7%를 거쳐 지난해 233%까지 낮아졌다. 아울러 국내외 자회사 매각을 통해 순차입금도 기존 5조원에서 연내 2조원대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이러한 재무 안정화를 기반으로 반도체·첨단 인프라 중심의 기술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나서고 있다.
◇ 그룹 반도체 밸류체인과 맞물린 전략적 포석
SK에코플랜트는 김 내정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플랜트, 2차전지 공장, AI 인프라 등 첨단 산업시설 시공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단순 시공 중심의 EPC(설계·조달·시공) 모델에서 벗어나 제조 기술과 공정 노하우를 결합한 ‘하이테크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클린룸, 전력 인프라, 공정설비 구축 분야를 신성장 축으로 설정하고 관련 인력과 조직 재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는 그룹 차원의 ‘반도체 밸류체인 강화’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대규모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 중이다.
AI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증설이 시급한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는 핵심 인프라 구축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하이닉스 내부 출신 CEO가 그룹 내 기술·조직 간 협업을 조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 “6개월이 골든타임”···실행력이 IPO 성패 가른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단순한 CEO 교체가 아닌 ‘IPO를 향한 성장 스토리 리빌딩’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이미 재무 정상화 단계를 마쳤기 때문에 상장을 위한 다음 과제로 ‘기술 경쟁력’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반도체 전문가를 대표로 앉힌 것은 투자자들에게 기술형 성장 이미지를 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향후 6개월을 ‘IPO 골든타임'’으로 본다. 이 기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IPO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투자자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플랜트 수주 실적 확보와 기술 인력 확충이 관건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첨단 인프라 사업 매출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인프라 시장은 SK에코플랜트만 노리는 게 아니다”며 “국내외 대형 건설사들이 이미 경쟁적으로 진입하고 있어 선점 효과를 확보하지 못하면 후발주자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식 대표 체제가 단기간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시장의 기대감이 빠르게 식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