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중 부회장은 "경영 잘 할 수 있는 사람 회사 운영해야 한다"며 상반된 메시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고려아연 경영진이 MBK파트너스에게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약 130일 동안의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 간 경영권 분쟁 속에서 첫 화해 제스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경영진 간 불협화음도 감지됐다.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은 “MBK가 고려아연 인수 후 해외 기업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1%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면서 사실상 경영권은 고려아연이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간담회에서 “대타협을 위한 대화의 시작을 제안한다”면서 “이사회를 더 개방적으로 운영하고 상호 소통을 통해 MBK에 전향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MBK가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고려아연의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MBK가 경영에 참여할지는 논의해 봐야겠지만 앞서 MBK가 요구했던 집행임원제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박 사장은 MBK가 지닌 역량이 고려아연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을 언급했다. 박 사장은 “MBK의 금융 자본에 대한 깊은 이해, 고려아연의 산업 자본에 대한 깊은 이해를 섞을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공동의 번영을 이룰 수 있다면 충분히 대화의 길을 열어놓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영풍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박 사장은 “영풍에 대한 의견은 오늘 삼가려고 한다”면서 “영풍의 의결권 회복에 대한 뚜렷한 의견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협력의 대상을 MBK로 한정한 것이다.
다만 경영진 간 불협화음도 감지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인 생각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장가와 최가가 공동 경영해왔던 그 초심대로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MBK의 경영 참여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 부회장은 MBK 측이 인사권을 쥐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 부회장은 “(MBK 측의) 목적은 이사회를 장악해서 인사권을 가지고 고려아연을 경영하겠다는 것이다. 사람을 해고시킬 수도 있는 것이고 봉급을 깎을 수도 있다”면서 “일반적인 사람은 인사권을 가진 사람에게 줄을 서게 된다. 도다리, 광어처럼 눈치를 보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했다.
고려아연의 기술이 국가 핵심 기술이라는 점도 강도했다. 이 부회장은 “제가 기술을 개발했지만 이건 제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것”이라며 “MBK가 고려아연을 해외 기업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0.1%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돈을 모았으면 배당을 줘야하고 기술도 팔 수 있다”면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는 임시 주총 하루 전인 지난 22일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 지분 10.33%를 취득했다. 고려아연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이유로 전날 임시 주총에서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 24.42%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집중투표제, 이사 수 상한, 이사 선임 등 고려아연이 제안한 안건은 임시 주총에서 모두 통과됐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MBK·영풍 연합은 SMC가 해외 회사이고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상호주 의결권 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 현 경영진에 대한 형사 고소를 예고한 상태다. 이날 고려아연의 화해 제스처에 양측 간 분쟁 분위기가 수그러들지 주목된다. 김 부회장은 이날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대표를 비롯해 신규 순환출자 형성에 가담한 관계자들을 공정거래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사장은 “SMC는 주식회사이며 본질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상호출자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라며 “공정거래법과 상법의 외국회사 적용 여부는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