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려아연 집중투표 청구는 상법 규정을 위반”
‘지분율 열세’ 최윤범 측 비장의 카드 수포로 돌아가
23일 임시주총서 일반 투표로 이사 선임···“개혁 신호탄”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평가됐던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안건이 무위로 돌아갔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에 열세인 지분율을 뒤집고자 한 최윤범 회장의 비장의 카드가 법원에서 막힌 형국이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임해지)는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의안상정금지 등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유미개발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하던 당시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며 “결국 이 사건 집중투표 청구는 상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적법한 청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집중투표제 도입은 지난해 12월 고려아연의 주주 유미개발이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마다 이사 후보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고 이사 후보 1명 또는 특정 몇 명에게 의결권을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재 최윤범 회장과 영풍·MBK 연합의 지분 구도는 의결권 기준 39.16%대 46.7%로 최 회장 측이 약 7% 차이로 열세다. 최 회장 측은 이 집중투표제와 상법상 대주주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3% 룰’이 동시에 적용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려고 했었다. 이 경우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은 24% 수준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날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판단으로 최 회장 측의 막판 뒤집기는 수포로 돌아갔다.
오는 23일 고려아연은 임시주총을 열고 이사를 선임한다. 이사 후보 수는 총 21명으로 고려아연이 7명, MBK연합이 14명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이사 선임은 집중투표 방식이 아니라 일반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분 구도상 우위를 갖는 영풍·MBK 연합의 이사회 장악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특히 집중투표제 안건에 찬성하기로 했던 국민연금이 이사 선임에서는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 측의 이사 후보 각각 3명씩 찬성하는 중립투표를 진행하기로 한 만큼 큰 변수는 더 이상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혁에 신호탄이 쏘아졌다”며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의 개편과 집행임원제도의 도입 등 실질적인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