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 정관 변경 vs 17명 선임… ‘이사회 장악전’
집중투표제 도입···소액주주 표심이 결정적
영풍 지분 25.42% 의결권 제한 여부 ‘핵심 변수’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오는 28일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는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이사회 과반 확보를 놓고 정면 충돌하는 가운데 법원의 결정에 따라 채택된 집중투표제와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여부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최대 인원을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최 회장 측은 해당 안건이 통과될 경우 자신들이 추천한 8명의 이사 선임을 추진한다. 반면 MBK-영풍 연합은 이사 17명을 새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며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양측의 표 대결은 단순한 이사 선임을 넘어 이사회 과반수 확보를 통한 경영권 고착화로 직결된다. 고려아연의 현 이사회는 11명이며 이번 주총을 통해 5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정관 변경안이 가결될 경우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8명 선임안이 논의되지만, 부결되면 최대 17명까지 새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MBK-영풍 연합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 집중투표제는 1주당 이사 선출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해 소수 주주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제도다.
최 회장 측은 MBK-영풍의 이사회 장악이 기업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MBK-영풍 측은 최 회장의 ‘경영권 독점’이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고 반박하며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최대 변수는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보유한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여부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순환출자 구조를 활용한 영풍 의결권 제한을 시도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자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를 통해 영풍 보유 고려아연 지분을 인수하면서 영풍의 의결권을 상법상 ‘상호출자 제한’ 규정으로 무력화시키려는 전략이다.
MBK-영풍 측은 이를 무리한 논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1월 임시 주총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으나 법원이 SMH가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상호출자 제한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고려아연은 SMC(썬메탈코퍼레이션)를 주식회사로 변경한 뒤 영풍 지분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다시 의결권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MBK-영풍 측은 새로운 유한회사 YPC를 설립하고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을 현물출자해 순환출자 논리를 무력화하는 맞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번 주총이 단순한 표 대결이 아니라 법적 해석과 기업 거버넌스를 둘러싼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려아연은 주주 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사외이사 의장 선임, 배당 기준일 변경, 분기 배당 도입 등을 포함한 정관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MBK-영풍 연합은 “최윤범 회장의 독단적 경영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경영권 확보를 강행하고 있어 양측의 대립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단순한 주주 간 힘싸움이 아니라 한국 기업 거버넌스 역사에 중요한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며 “의결권 제한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어느 쪽이 이기든 추가적인 법적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