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연합과 지분율 격차 5%p 이상 벌어져
'캐스팅보트' 소액주주 의식한 듯
분기배당 도입 등 주주환원책 마련안 제시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며 “사외이사가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 지분을 확대하며 수세에 몰리자 ‘이사회 투명성 제고’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방어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에 이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향후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통해 지난달 30일 제출한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전격 철회했다. 고려아연은 모집금액 중 2조3000억원을 차입금 상환 목적에 쓴다고 공시했다. 다만 시장에선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율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 결정은 캐스팅보트를 쥔 주주들을 의식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일반공모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시장 혼란과 주주, 투자자 우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고 했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이후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 1.36%를 추가로 취득해 지분 약 39.83%를 확보하면서 최 회장 측(약 34.65%)을 앞섰다. 일반 주주들을 설득하지 않으면 연말 임시주총 표 대결서 불리할 것이란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액주주를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고려아연 측은 우선 분기배당을 통해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단 방침이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 소액주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소수주주 다수결 제도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IR전담 사외이사를 두는 등 시장과 주주 의견을 경청하고 경영진에 전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운명을 결정해주실 분은 다수의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님들”이라며 “투기적 사모펀드 MBK와 실패한 환경파괴기업 영풍으로부터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을 지켜주시고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