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주 확대 목적 등으로 2조5000억원 규모 유증 발표
전날 하한가에 이어 31일에도 주가 약세 흐름 보여
경영권 분쟁 및 품절주 이슈 재부각 여부에 주가 향방 갈릴 듯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가운데 향후 주가 추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 이슈 자체만으로는 주가 하락 요인이지만 경영권 분쟁 재료 재점화 가능성, 품절주 이슈 재부각 여부 등에 따라 주가가 다시금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일반공모 방식으로 373만2650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신주 발행 예정가는 주당 67만원으로 총2조5000억원가량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자금은 채무상환에만 2조30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측은 이번 유상증자 결정 배경을 ▲소유분산구조와 주주기반 확대 등에 따라 국민주로서 자리매김 ▲거래량 축소로 인한 상장폐지 리스크 해소 ▲주식 유동성 증대로 주가 불안정성 해소와 주주보호 ▲자금조달로 지속 가능한 성장 토대 강화와 재무구조 안정화에 기여 등으로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를 지분 경쟁을 위한 포석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공모주식의 20%가량을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키로 한 데다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청약자는 특별관계자와 합산해 공모주식수의 3%(11만1979주)를 초과해 청약할 수 없도록 묶어둔 까닭이다. 경영권 분쟁 상대가 3% 이상 청약할 수 없도록 하고 우리사주조합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인 것이다.

고려아연에 갑작스러운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향후 주가 움직임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주가의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과 관련해선 유상증자 자체 이슈가 꼽힌다. 유상증자 신주 발행 예정가가 67만원으로 지난 29일 최고가인 154만3000원 대비 현저히 낮은 데다 유상증자의 표면적인 목적 자체도 채무 상환에 쏠려 있다. 이 탓에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이날 장중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경영권 분쟁 재료의 약화 가능성도 주가 하방에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 된다. 고려아연이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는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든 것 자체가 경영권 분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상증자가 실패할 경우 고려아연의 의결권 싸움은 더욱 불리해질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보호 목적의 유상증자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 유상증자의 성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대로 경영권 분쟁 재료가 다시 타오를 경우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유상증자 성공을 통해 MBK파트너스·영풍과의 격차를 좁힐 경우 의결권 확보 싸움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고려아연 유상증자는 계획대로라면 올해 12월 18일 신주가 상장되는데, 올해 말로 예상되는 임시주주총회나 내년 초 정기 주주총회 싸움을 위해선 추가 의결권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주가 급락에 따른 양측의 장내 매수 여력이 커진 점도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요인으로 분류된다. 앞선 공개매수 이후 최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지분 격차는 약 3%로 좁혀졌다. 자사주 소각 후 양측의 의결권 지분율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은 43.9%, 최 회장 측이 최대 40.4%로 추산된다. 어느 한 곳이 절대적으로 우세하지 않다는 점에서 시장에선 그동안 장내 매수 가능성을 점쳤었다.

일각에선 품절주 이슈가 재부각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요소로 평가된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에 실패하더라도 다시금 품절주 이슈가 떠오르며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 이벤트 이후에도 유통물량 부족, 양측의 장내 매수 가능성 등에 따른 품절주 이슈로 주가가 두 배 가까이 급등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 주가는 전날 대비 20.07% 하락한 86만4000원에 장을 시작했다가 이날 오전 11시 30분 100만원대를 회복한 상태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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