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가온전선 등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지난해 전선·변압기 수출 80억달러 돌파
수출 더해 현지화 공략 통한 생산 대응 나서

LS전선의 해저케이블이 선적되고 있는 모습. / 사진=LS
LS전선의 해저케이블이 선적되고 있는 모습. / 사진=LS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미국 내 전력망 교체 사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 전선 및 전력기기 기업들이 올해 수출 100억달러 진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벌어들인 돈을 재투자하며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는데, 특히 가장 큰 전력 인프라 시장인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선, 전력기기 업체들이 지난해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실적을 공개한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매출 3조3223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2.2% 급증한 6690억원을 달성했다.

전력기기를 비롯해 전선 업계도 ‘황금기’를 맞았다. LS전선의 자회사 가온전선은 지난해 매출 1조6469억원을 달성하며 회사 설립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 2019년 이후 5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양사 모두 ‘기회의 땅’ 미국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덕을 봤다. 북미는 전 세계적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미국은 전체 전력망의 50% 이상이 교체 시기인 40년을 지나 노후 전력망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내 변압기와 송전망 교체가 본격화하면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을 찾는 움직임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AI 산업 부흥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가 겹치면서 국내 전선·전력기기 업체의 수주 잔고가 크게 늘었다. 사려는 곳은 많고 공급은 부족하니 제품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지난해 국내 업체들의 변압기 수출 단가는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특히 변압기 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주문부터 제품 인도까지 수년이 걸린다”면서 “‘부르는 게 값’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전력 변압기. / 사진=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의 전력 변압기. / 사진=HD현대일렉트릭

슈퍼사이클을 맞은 전선·전력기기 업계는 올해 수출 ‘100억 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선·변압기 수출액은 83억6491만달러(약 12조412억)으로 집계됐다. 전선은 42억9220만달러, 변압기는 40억7271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수출액은 13% 이상 증가했다. 대미 수출액은 8억9899달러로 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 베트남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가 본격화하면 미국 수출액 비중이 더 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각 기업들의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매출 비중도 치솟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한 전력 인프라 수요 성장세에 LS일렉트릭은 2020년 24%였던 해외 비중이 지난해 3분기에는 50%까지 확대됐다. LS일렉트릭은 주력 시장인 동남아와 함께 북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오는 2030년 해외 매출 비중을 7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수출뿐 아니라 현지화를 통한 매출 상승도 기대된다. 전선·전력기기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 설비 투자, 현지 기업 인수 등을 통해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1850억원을 투자해 미국 앨라배마에 제2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효율적인 생산 대응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단 전략이다. 가온전선은 이달 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타보로에 위치한 배전케이블 생산법인 LSCUS의 지분 100%를 확보할 계획이다. LS전선 관계자는 “미국에서 해저케이블을 비롯한 여러 고부가가치 신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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