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 지난달 급등···1만달러 돌파 예상
LS전선·대한전선, 올해 최초 매출 '10조원' 달성 전망
장기 호황 국면 집입···美 대선 변수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중국의 경기 부양책 효과에 힘입어 3개월물 구리 선물 가격이 1만달러를 돌파하는 등 구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LS전선·대한전선 등 구리를 원재료로 하는 전선업계에 대한 실적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가격은 1톤(t) 당 9860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5월 구리 가격은 t당 1만달러를 돌파한 뒤 지난 8월 8000달러 선까지 추락했지만, 지난달 들어 다시 9000달러 후반대까지 급등했다.
특히 지지부진했던 구리 가격이 소폭 반등한 건 중국의 경기 부양책 영향이 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0.5%P 금리 인하)’까지 겹치면서 경기 낙관론이 원자재 시장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전 세계 원자재 수요를 쥐락펴락하는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연이어 쏟아내자 국제 경기의 선행지표인 구리 가격도 1만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최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선 3개월물 구리선물 가격은 톤당 1만달러를 넘어섰다. LME 구리선물 가격이 1만달러 위에서 거래를 마친 것은 지난 6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향후 구리 가격이 우상향할 것이란 시장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전선업계 하반기 실적 또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리 거래 가격은 전선 제조사 제품 단가에 연동되는 구조다. 구리는 전선 제조 원가의 90%를 차지해 구리 가격 상승은 곧 전선업계 실적에 반영된다. 전선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구리 재고자산 평가액 상승에 따른 이익 증대 효과도 기대된다.
업계는 전선업계가 장기 호황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전선 제품 가격 상승과 함께 전력망 수요 또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와 함께 금리 인하 영향으로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서다. 또한 인공지능(AI) 산업에 대규모 자금이 쏠리면서 데이터센터 건설도 늘고 있다.
전선업계 빅2인 LS전선과 대한전선 양사 매출은 올해 최초로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LS전선은 올 상반기 매출 3조3646억원, 대한전선은 1조65292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1.8%, 13% 증가한 수치다. 수주잔액은 상반기 말 기준 LS전선이 5조6216억원, 대한전선은 2조55억원이다. 양사 합계 7조627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2.7% 증가했다.
양사 모두 미국을 ‘제 2의 내수시장’으로 보고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LS전선은 미국 최대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 북미 최대 해저케이블 공급 업체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 공장을 2027년까지 완공하고 2030년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대한전선은 올해 미국에서만 노후 전력망 교체 프로젝트에 참여해 61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따냈다.
유일한 변수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이 축소돼 국내 전선업체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IRA가 후퇴한다면 미래 이익을 기대하며 단행했던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가 전면 재조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