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력망 교체·신설 수요···올해도 훈풍
원재료 알루미늄 가격 올라도 제품가 반영
관세 무풍지대 노린다···미국 현지화 전략 가속화

LS전선 해저케이블이 선적되는 모습. / 사진=LS
LS전선 해저케이블이 선적되는 모습. / 사진=LS

[시사저널e=시사저널e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발표했지만, 국내 전선업계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보고 있다. 미국 내 노후 전력망 교체, AI 데이터센터 확장,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전력기기·전선 시장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주요 국내 전선업체들은 현지 진출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 LS전선·대한전선, 미국 수주 ‘역대급’

11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지난해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를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LS전선은 전년 대비 18.2% 늘어난 27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조7660억원으로 8.8% 증가했다. 

대한전선 역시 매출 3조2820억원, 영업이익 1146억원을 달성하며 13년 만에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대한전선 매출액이 3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전선업계 ‘빅 2’가 역대급 실적을 거둔 건 북미 시장의 역할이 컸다. 특히 대한전선은 미국에서만 73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했다. 지난달에도 428억원을 수주하며 북미 시장 덕을 톡톡히 봤다. 

미국 시장은 전선업계에 ‘제 2의 내수시장’이 되고 있다. 미국 내 글로벌 IT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초고압 케이블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2년 460TWh에서 2026년 1050TWh까지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LS전선의 자회사 LS에코에너지는 고부가가치 케이블 수출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매출이 8689억원으로 전년보다 1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47억원으로 51.8% 늘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탈중국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랜 케이블 수출이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트럼프 관세에도 영향 제한적···오히려 ‘반사이익’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에도 LS전선과 대한전선은 미국 시장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을 전망이다. LS전선의 자회사인 가온전선은 미국 현지 공장(LSCUS)을 통해 직접 생산 및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LS전선 멕시코 공장은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을 통해 관세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관세 부과 시 고객사가 부담하는 구조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LS전선의 수익성에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자회사 가온전선은 관세가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전선 역시 미국 내 공장 증설 및 현지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며 대응하고 있다. 뉴욕 ‘노후 케이블 교체’ 프로젝트 등 미국 전력 인프라 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시장 내 입지를 확대 중이다. 또한 미국이 중국산 전력 기자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산 제품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크다.

원재료인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선업계는 주로 구리를 원재료로 사용하지만, 일부 초고압 전선 및 해저 케이블, 배전선 등에 알루미늄이 활용된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고려해 장기 공급 계약 및 해외 생산 거점을 활용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선업체는 판매 가격에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물가 변동과 계약 금액을 연동하는 제도)’ 조항이 있어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하면 일부 제품의 생산 비용이 증가해 최종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초고압 전력케이블의 경우 수요 확대에도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대한전선의 케이블 공사 현장. / 사진=대한전선
대한전선의 케이블 공사 현장. / 사진=대한전선

◇ 슈퍼 사이클 지속 전망···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화’

업계는 이번 슈퍼 사이클이 최소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노후 전력망 교체,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공장 건설 증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리쇼어링 정책'과 전력망 인프라 확장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국내 전선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큰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