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광풍에 변압기·배전반·케이블 수요 급증
LS·효성, 미국 거점 및 생산능력 확대 속도

LS전선 해저케이블이 선적되는 모습. / 사진=LS
LS전선 해저케이블이 선적되는 모습. / 사진=LS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전력인프라 업계에 호재가 겹치는 모습이다. 전력 사용량이 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증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AI 인프라 투자 발표 등에 따라 신규 일감확보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어서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고도 불린다. AI 시스템을 정상 가동하기 위해선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수여서다. AI 연산을 위한 반도체 칩이 많은 전력을 쓰기 때문에,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20배 이상 높은 변압기 용량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반, 케이블 등의 전력인프라 확보가 필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AI 발전의 기본 조건은 변압기 확보 및 전력량”이라며 “현재 전력망은 AI 기술 발전에 필요한 수요를 맞추지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블룸버그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는 AI 데이터센터 설립 등을 위해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가 2020년 2350억달러(약 320조원)에서 2030년 5320억달러(약 770조원), 2050년에는 6360억달러(약 910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도 전력인프라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는 취임 후 AI 인프라 구축에 5000억달러(약 72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현지 AI 인프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합작법인 ‘스타게이트’를 설립하겠다는 목표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함께 노후화된 전력망 교체 및 재생에너지 발전요양 확대 등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대표 전력인프라 기업인 LS전선·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이 큰 수혜를 얻을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AI 데이터센터 설립으로 이미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상태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고용량 변압기 수출액은 9억4818만달러(약 1조4000억원)다. 2023년과 비교해 38.7%, 2022년 대비 146.9% 증가한 수치다.

효성중공업의 초고압 변압기. / 사진=효성

올해는 지난해보다 수출액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AI 데이터센터 물량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통한 일감확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재임 하나증권 연구원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시사하는 바는 미국의 AI 산업 발전이 트럼프 2기의 핵심 목표이자 강력한 정책 지원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AI 인프라 구축에 관련된 기업들이 트럼프 비전에 따라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진단했다.

국내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은 급증할 미국 수요에 맞춰 현지 투자를 이어가며 수요 대응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LS전선은 1조원을 투입해 미국 버지니아주에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2030년까지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LS전선의 자회사인 ‘가온전선’도 노스캐롤라이나주 타보로에 위치한 배전 케이블 생산법인 ‘LSCUC’의 지분 100%를 확보해, 초고압 케이블 사업강화와 함께 해저케이블 시장에 신규 진출한다.

LS 관계자는 “국내외 AI 데이터센터 및 미국의 관련 투자 증가로 현지 생산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며 “동시에 기술개발도 진행해 기존 캐시카우인 국내 및 미국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판매량을 늘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효성중공업은 2019년 12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생산기지를 인수한 바 있다. 현재 이 거점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