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V 규모 수소연료전지발전사업 무산
LNG 가격 급등에 연료전지 발전소 적자
액화수소플랜트 사업 답보 상태, 내년 가동도 미지수
계열사 두산퓨얼셀, 청정수소발전시장 입찰 포기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두산에너빌리티의 4대 신사업 한 축인 수소에너지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운영을 맡은 액화수소플랜트는 수요·충전소 등 인프라 부족으로 상업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고, 100MW 규모로 추진 중이던 수소연료전지발전사업도 최근 무산됐다. 계열사 두산퓨얼셀은 청정수소발전시장입찰(CHPS)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무리하게 수소 관련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투자했다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수소 사업이 이제 첫걸음을 뗀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 없이 ‘사업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한 수소 업계 관계자는 “액화수소플랜트 같은 경우 사실상 모든 업체가 ‘올스톱’된 상황”이라며 “수소 상용차와 인프라 양쪽에 대한 지원 없이는 산업이 굴러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추진하던 수소 관련 프로젝트들이 ‘사업성’을 문제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가 약 2년 전부터 추진했던 연료전지 발전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중단됐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중부발전, 제이씨에너지와 ‘수소에너지 신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하고 전남 영압군 대불국가 산업단지 내 100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터빈 개발과 연료전지 기자재 공급, 설계·시공, 유지·보수를 담당키로 했다. 한국중부발전과 제이씨는 각각 신재생 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와 발전소 운영, 개발사업 인허가 취득과 부지 제공 업무를 맡기로 했다.
사업을 주도하던 제이씨 측이 ‘사업성’을 문제로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소발전 시장 전체의 규모를 작게, 분산형 발전에 유리한 형태로 계획하면서다. 한 수소 업계 관계자는 “수소 경제 초기에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에 따른 정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며 “소규모인 분산형 수소발전은 이익을 내기 어려워 수소 생태계가 조성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원료인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부분의 연료전지 발전소들이 적자를 내는 형편이라 사업 재추진도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전력공사·한국전력거래소·한국에너지공단 등에 따르면 발전공기업들이 운영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35곳은 지난해 보조금으로 5209억원을 지급받았지만 1257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투자했지만 답보 상태에 놓인 수소 사업도 있다. 특수목적법인(SPC) 하이창원의 액화수소플랜트는 올 2월 준공을 마쳤지만, 상업가동은 아직이다. 해당 법인의 지분 20%를 갖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액화수소플랜트 운영과 유지보수를 맡았다.
수요처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사업 초기부터 제기됐지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소 상용차 보급이 늦어지는 데다 충전소도 계획대로 설치되지 않고 있어서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 건설된 액화수소 충전소는 28개소에 불과하다. 당초 목표치인 40개소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수소 버스 누적 보급 대수는 올해 10월 말 기준 1380대로, 목표치(1720대) 도달은 어려워 보인다.
하이창원은 당장 오는 1월 1일부터 상업생산을 계획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이창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제철소의 용광로처럼 플랜트도 수요가 충분할 때 ‘풀가동’을 통해 고정비 비율을 줄여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동률을 낮추면 고정비가 많이 발생해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운영을 맡은 두산에너빌리티와 하이창원 간 인수인계 과정서도 ‘사업 추진 속도’와 관련한 입장 차가 있어 마찰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두산퓨얼셀은 고심 끝에 올해 세계 최초로 실시한 청정수소발전시장입찰(CHPS) 입찰을 포기했다. CHPS는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한국전력 등이 의무적으로 구매해 주는 제도다.
지난 2일 석탄-암모니아 혼소발전을 추진하는 한국남부발전만 낙찰자로 선정됐다. 경쟁입찰에 뛰어든 사업자 중 민간 기업은 SK이노베이션 E&S가 유일했다. 산업부는 당초 청정수소·암모니아를 통해 연 6500GWh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었는데, 이번 입찰량은 전체 입찰물량의 11.5%(750GWh)에 불과했다.
대다수 사업자가 입찰에서 떨어졌는데, 정부가 비공개로 정한 전력 구매 상한가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경쟁력 면에서 연료전지가 석탄발전에 밀린 셈이다.
향후 정부 정책 방향성에 따라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소 사업 향방이 크게 갈릴 전망이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해 SK 이노베이션 E&S와 효성중공업 등 수소 생산에 나선 기업들도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서며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연료전지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과 인프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수소사업을 하는 대부분 민간 기업이 투자를 크게 늘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술 개발은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는 직접 보조금 제도 등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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