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CHPS 남부발전만 750GWh 낙찰···목표 생산량 11%
15년 계약인데 발전기 이용률 보장 無···주요 민간기업 불참
"올해 2차 계약 땐 업계 목소리 반영돼야"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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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가 시행 첫해부터 난관에 부딪히면서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HPS가 글로벌 최초의 무탄소 전력 입찰 제도로 주목받았지만 경직적인 시장 설계와 높은 연료 가격 탓에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사실상 막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조금 지급, 전력 도입 단가 조정, 수소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CHPS, 민간 기업 외면 속 공기업 독식

지난해 12월 진행된 첫 CHPS 입찰은 한국남부발전만이 낙찰자로 선정됐다. 입찰에는 남동발전, 중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발전공기업이 대부분 참여했다. GS, 한화, 포스코그룹 등 민간 기업도 CHPS에 눈독을 들인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정작 입찰에 나선 건 SK이노베이션 E&S가 유일했다.

당초 정부는 청정 수소·암모니아를 통해 연간 6500GWh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계약 물량은 목표치의 11.5%에 불과한 750GWh로 축소됐다. 남부발전이 삼척빛드림본부 1호기에 암모니아를 혼소해 발전하는 방식으로 입찰에 성공했으나 민간 기업들은 CHPS 참여를 꺼렸다. 

CHPS는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정부가 매년 일정규모 이상 의무적으로 구매해 주는 제도다. 수소 1kg 생산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4kg이하인 발전기만 참여할 수 있다.

수소발전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시장 설계가 민간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전력거래소와 15년짜리 전력 공급계약을 맺어야 하지만 발전기 이용률은 보장하지 않는 계약 구조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전력거래소가 달러화가 아닌 원화로 계약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고수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이런 불확실성 탓에 지난해 두산퓨얼셀, 포스코, GS, 한화 등 주요 기업들은 CHPS 입찰을 포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들은) 안정적인 이용률을 보장받지 못해 수소 수요량 산출이 어려워 입찰에 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게다가 원화 계약에 따른 환율 리스크를 떠안아야 해 발전사들은 더 비싼 가격에 연료를 공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보령 블루수소 플랜트 사업에 참여하는 SK이노베이션 E&S·중부발전 등은 올해 CHPS 입찰에 응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 CHPS 입찰에서 높은 발전 단가로 인해 탈락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단가를 낮추고 다시 입찰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남부발전 청정수소 기반 전력 생산 개념도. / 사진=한국남부발전
한국남부발전 청정수소 기반 전력 생산 개념도. / 사진=한국남부발전

◇ CHPS 활성화 위한 정부 역할은?

CHPS는 정부가 주도하는 세계 최초의 무탄소 전력 입찰 제도인 만큼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의 청정수소 기술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민간 기업이 외면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수소 산업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정부가 CHPS 시장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 ▲보조금 지급 ▲전력 도입 단가 현실화 ▲수소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수소발전 업계 관계자는 “현재 청정 수소·암모니아 발전 단가는 화석연료 대비 3~5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며 “발전사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청정 연료를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사업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CHPS 입찰에서 설정된 상한선도 발전사들이 현실적으로 맞추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글로벌 수소, 암모니아의 가격 변동성을 고려해 상한선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청정수소발전 입찰 시장은 5월에 개설된다. 10월 신청 접수를 시작해 11월 낙찰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오는 4월 중으로 사업 설명회를 열고 발전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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