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보다 앞섰던 투자, 모빌리티 수요 타고 균형 찾아
SK·효성, 액화수소 투자 결실···공급망 본격 가동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수소 승용차와 수소버스 보급이 확대되면서 주춤하던 액화수소플랜트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적자 인프라’라는 낙인이 찍혔던 수소 생산설비들이 ‘모빌리티 기반 수소경제’ 흐름 속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차량용 수소 소비량은 5454톤(t)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약 3200t 수준) 대비 약 70% 증가한 수치다. 수소차 보급이 수요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소버스를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6~12월) 수송용 수소 수요를 최대 1만5000t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2만t을 웃도는 셈이다. 같은 기간 공급능력은 1만9000t 수준으로 추정돼, 공급 과잉보다는 수요 선도형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요 확대는 액화수소 중심의 공급체계 재편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체수소 대비 부피가 800분의 1 수준인 액화수소는 저장·운송이 용이하고 충전 속도가 빠른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과거 액화수소플랜트 사업은 공급 기반만 앞서간 채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면서 고전했다. 그러나 최근 수소차 보급 확대와 정부의 예산지원,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 등이 맞물리면서 ‘기반 투자-수요 확산’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 E&S는 인천 석유화학단지에 약 7000억원을 들여 연 3만t 규모 액화수소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이 공장은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정제·액화해 하루 수소버스 52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그동안 낮았던 가동률도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도 울산에서 연 1만3000t급 액화수소플랜트를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다. 효성중공업은 시장 수요가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생산 목표 시점을 여러 차례 뒤로 미뤄왔다.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충전 인프라도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전국에 구축된 수소충전소는 총 415기다. 환경부는 이를 2030년까지 660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효성중공업과 수소경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30년까지 수소버스 1000대, 수소택시 3000대 보급을 추진 중이다. 충전 인프라가 늘면서 향후 수도권에서 액화수소 활용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