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지표’ 에틸렌, 수년째 손익분기점 300달러 이하···공장가동=손해
탄핵 정국에 정부 정책 지원 올스톱 가능성까지 우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석유화학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벼랑 끝에 매달린 것처럼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중국발 저가 물량공세로 시작된 석유화학 제품의 글로벌 공급과잉 탓에 주요 수익원인 에틸렌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아서다. 수년째 공장가동이 손해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석유화학 부문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금호석유화학 등은 실적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화학 석유화학은 올해 1~3분기 누적 적자로 38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은 66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보였다.
석유화학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에틸렌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수익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나프타를 뺀 가격은 2022년 이후 손익분기점인 1톤(t) 당 300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는 186.47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1년 13.4%에서 지난해 0.6%까지 급락했다. 2015~2021년 수요와 공급이 적절히 맞아떨어져 수년간 호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세계 각국의 돈줄 죄기와 경기침체, 엔데믹 전환 등으로 에틸렌 등의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 중국의 물량 쏟아내기로 공급과잉이 나타나 수익성이 주저앉은 것이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2016년부터 7대 석유화학 산업단지 조성에 나섰다. 이를 통해 중국은 에틸렌을 지난해 기준 5174만t을 생산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약 60% 증가한 양이다. 우리나라(1280만t)의 약 4배 규모다.
어려운 시기를 타개하기 위해 석유화학업계는 정부가 나서 국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역시 석유화학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에 올해 4월 ‘석화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를 출범해 지원 방안을 논의해왔다. 기업 측은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지원 및 관련 인·허가의 속도감 있는 진행 등을 건의했다.
정부 역시 이 점을 수용해 당초 이달 중 석유화학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 방안에는 인수합병(M&A) 규제 완화와 저금리 정책 금융 지원, 연구개발(R&D) 투자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 발표 및 시행 시기가 크게 늦어질 것으로 확실시된다. 일각에서는 대응 방안 마련이 아예 중단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 타개를 위해 사업 재편을 유도하겠다고 언급했다. 단, 업계에서는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한 말이라며 지원방안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큰 우려감을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지금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얘기하는 것이 현장이지만, 올해는 생존에 대한 위기감까지 느껴질 정도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며 “믿었던 정부의 원마저 중단될 것으로 보여, 기업 내부적으로 생산량과 고정비를 줄이는 등의 기본적인 비용절감으로 정책이 나올 때까지 버텨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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