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한텔레콤 주식가액 100원→1000원으로 수정
“잘못된 계산에 의거한 항소심 판결, 파기환송으로 쟁점 다시 따져야”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이 다음달 시작될 예정이다.
항소심에선 최태원 회장 측에 매우 불리한 판결이 나왔다. 이로 인해 최 회장 측은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통해 재산분할의 근거가 되는 대한텔레콤 주식가액 변경을 법원이 받아들인 만큼, 파기환송 사유가 충분해 2심에서 재차 해당 쟁점을 다퉈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올해 5월 30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재산분할액은 665억원으로 20배 이상 많아진 것이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의 가치 증가에 기여했다고 봤다. 즉, 결혼 생활 중 내조를 통해 SK그룹의 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 관장의 부친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후광이 일정 부분 작용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SK의 성장은 고 최종현 선대 회장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기반으로 대한텔레콤 지분을 매입하는 등 노 관장 측 기여도는 극히 낮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 대상이 된 것은 SK그룹의 지배구조 상위에 있는 SK㈜ 지분이다. 대한텔레콤은 SK㈜의 모태 기업으로 SK C&C로 사명이 변했다가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SK ㈜가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초 최 회장이 1994년 11월 대한텔레콤 지분 취득 당시의 지분가치를 1주당 8원으로 봤다. 이어 최 선대 회장이 별세한 1998년 5월에는 100원으로 봤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은 당시 주당 가치는 1000원이라고 반박했다. 최 선대 회장이 살아있을 당시 8원에서 1000원으로 125배 가치가 상승한 것이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대로 100원으로 12.5배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2009년 11월 SK C&C의 상장 당시 주당 가치는 3만5650원이다. 1998년 5월 주당 가치가 100원이었다면 최 회장의 능력과 영향력으로 355배 가치가 커진 셈이지만, 1000원으로 본다면 35.5배 증가로 계산된다.
결과적으로 주식 가액 계산이 잘못돼 최 선대 회장의 기여도가 10분의 1로 축소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동시에 최 회장의 영향력은 10배 부풀려진 셈이다. 이로 인해 노 관장의 기여도가 크다고 판결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 측의 지적에 판결문을 수정했다. 이를 통해 재산분할 대상인 SK㈜ 지분가치 변화 과정에서 최 회장의 기여도가 낮아져 재산분할 금액인 1조3808억원도 줄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최 회장 측은 “재판부의 주식가액 수정 결정은 스스로 판결의 오류를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로 주식가액이 활용된 만큼, 잘못된 계산에 의거한 판결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가치 산정 과정에서 계산이 잘못돼 일부 내용을 수정한 것이라며 재산분할 판결문은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유리한 판결이 나온 만큼 법원의 뜻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단, 항소심 재판부가 ‘치명적인 오류’를 받아들여 계산식을 고치는 등의 실수를 범했기 때문에 법리를 다투는 대법원에선 파기환송을 통해 다시 한 번 재산분할 규모·범위 등을 따지라고 되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 측에선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1심의 판단 논리가 2심에 적용될 수 있도록 상고이유서나 재판 전략을 짰을 것”이라며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진다면 2심 판단의 논리가 사라져 1심 판단이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파기환송만 되면 결과적으로 최태원 회장이 이혼 소송에서 이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