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산업 진흥 위해 정부 보조금 5년간 34억원 수령
전시 소홀 의혹···2022년에는 14일만 진행
보조금 수준의 인건·관리비 지출에 누적 적자 48억원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아트센터 나비는 설립 이후 노소영 관장이 상근이사직을 맡으며 운영해 왔는데, 최근 ‘방만경영’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 혈세인 정부 보조금을 매년 7억원씩 받아왔지만, 전시회 개최는 평균 한 달 수준에 그쳐서다. 막대한 세금을 수령하고도, 예술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전시 등에는 매우 소홀했단 지적이 나온다.
13일 아트센터 나비의 최근 5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받은 정부보조금은 약 34억원이다. ▲2019년 9억4104만원 ▲2020년 7억8197만원 ▲2021년 7억8978만원 ▲2022년 5억5469만원 ▲2023년 3억3785만원 등이다.
이 기간 아트센터 나비가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 4층에서 전시를 진행한 일자는 평균 한 달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5년 간 전시가 열린 기간은 총 230일이다. 1년에 46일만 전시회를 연 셈이다.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전시 일정이 축소됐을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전시일수는 15일에 그쳤다. 단, 엔데믹 시대가 시작된 2022년에는 14일로 오히려 더 전시 일정이 줄어든 모양새다. 코로나19를 떠나 예술계의 진흥을 위해 전시 등에 집중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나비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맞춰 보조금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미술관을 건전하게 육성하고 예술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을 진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의 전시일수를 보면 전시 관리 및 운영 등을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 지원금이 전시에만 활용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트센터 나비의 핵심 사업인 만큼 경영에 방만함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전시 목적을 명확히 알기 어려운 행사도 다수 진행됐다. 전시일자가 14일에 그친 2022년의 경우 8월 31일 ‘나비 보드게임 데모데이’나 10월 26일 ‘나비 보드게임 플레이데이’ 등이 열렸다. 예술계 진흥과는 무관한 행사로 파악된다.
◇ 5년간 누적 적자 48억원, 정부 보조금 수준의 인건비 진출
아트센터 나비는 5년간 혈세 34억원을 받았지만, 이 기간 누적 적자가 48억원에 달한다. 2019년 200억원 규모였던 자산도 지난해 말 기준 145억원으로 줄었다. 기부금이 전무한 나비의 수익은 대부분 정부 보조금인데, 적자가 쌓여가는 이유는 부담스러운 인건·관리비 지출 때문이다.
수년간 적자가 쌓이는 와중에도 인건비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2022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당시 직원 16명에 지급된 고정성 인건비는 7억7000만원 규모다. 정부에서 지원받는 1년치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미술계 관계자는 “아트센터 나비에 투입된 세금을 청년 예술가에게 1인당 300만원씩 지원했다면 1000명이 넘는 이들이 혜택을 받았을 것”이라며 “자산이 충분한 나비에 왜 매년 고액의 보조금이 수년간 지급됐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누적 적자가 심화됐음에도 나비의 이사진에는 수년째 변화가 없다. 이사진은 총 6명으로 5년 이상 장기간 직무를 수행 중인 이들은 노소영 관장을 포함해 3명이다. 2021년 선임된 3명 역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트센터 나비가 방만경영을 계속하는 와중에 이사진이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사실상 노 관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법인인 만큼 다른 이사들의 역할이 제한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트센터 나비 관계자는 적자 개선이나 이사 구성 변경 등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나비는 SK서린빌딩에서 퇴거 조치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6월 SK가 나비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소송에서 SK의 손을 들어줬다.
부동산 인도는 물론 손해배상금 10억4560만원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SK는 나비의 빌딩 임대차 계약이 2019년 9월 종료됐음에도 여전히 무단으로 공간을 점유해 경영손실이 크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나비 측은 판결을 받아들여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아트센터 나비 측은 “퇴거나 적자 개선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퇴거 시기와 이전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