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만 연세대 경영대 교수
“한국 저출산 문제 전세계 유래 없는 수준”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부족한 양질 일자리 문제”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5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재정적 지원은 저출산 대응 기본 정책이다. 그러나 재정 정책만으로는 출산율 향상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
이지만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정적 지원에 더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확대하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독일은 1990년대 출산율이 1.2명대로 떨어졌다. 아동 수당과 출산 수당 확대 정책 한계로 인해, 출산율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라며 “독일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율 향상 정책을 ‘재정 지원 정책’에서 ‘시간 정책’으로 전환하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까지 지속된 가족 수당 지급 중심 정책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으며, 금전 지원, 보육원과 같은 인프라 확대, 시간 확보란 3가지 주요 정책의 축을 마련했다. 이 중 특히 ‘가족과 보내는 시간 확대’를 지향하는 시간 정책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Q. 한국의 저출산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출산율은 1960년 5.96명, 1970년 4.5명, 1980년 2.72명에서 현재 1.0명 미만의 초저출산 국가로 진입했다. 2002년부터 1.3명 이하의 초저출산 사회가 22년간 이어지고 있으며, 2018년 이후 0점대의 출산율이 6년간 지속되고 있는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유일한 국가다.
출생아 수는 1970년 100만6000명에서 2023년 23만명으로 25% 수준까지 감소했다. 향후 한국 인구는 현재 5163만명에서 2050년 4736만명, 2070년 3718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경제사회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만큼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저출산 상황의 심각성은 속도다. 현재 선진국 역시 저출산 국가들이 많은데, 저출산으로 연동된 사회경제지표가 바로 고령화율이다.
서구 국가의 경우 고령화 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7% 이상)에서 고령사회 (고령 인구 14%이상)를 거쳐 초고령사회 (20%이상)로 진입하는데 70년 이상 걸렸다. 반면 한국은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 후 2017년 고령사회를 거쳐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불과 25년만에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게 됐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고령화 속도가 빨랐던 일본의 경우, 1970년 고령화사회, 1994년 고령사회, 그리고 200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36년이 걸렸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인한 빠른 초고령사회로 진입은 연금을 수령하는 65세이상 인구를 부양해야하는 다음 세대에게 큰 부담이 된다.
예를 들어, 고령화 속도가 느린 국가의 경우 고령 인력 부양 부담이 여러 세대로 분산되는 반면, 고령화 속도가 빠른 국가의 경우 생존하는 ‘세대간 부양인구와 피부양인구간의 경제적 갈등’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고령자 부양비율 (생산 가능 인구 100명당 노년인구) 비율은 1970년 5.7%, 2010년 14.8%, 2050년 78.6%, 그리고 2070년 100.6%로 증가하는 반면, 일본의 경우 10.4%, 37.3%, 73%, 76.7%로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미국은 15.8%, 19.4%, 38.9%, 47.5%로, 프랑스는 20.7%, 26.2%, 50.9%, 56.6%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Q. 한국의 저출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저출산 원인은 크게 경제적 원인, 양질의 일자리 부족, 법·제도적 원인, 사회·문화적 원인, 가치관 변화 원인 등을 꼽을 수 있다.
경제적 원인은 높은 주거 및 생활 비용과, 출산·육아 비용, 그리고 교육비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청년과 여성의 낮은 고용률과 높은 비정규직 비중 등이 미래 불안감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고용률은 68.5%로 G7 국가 평균 고용률(72.5%) 보다 4%p 가량 낮다. 청년(25~29세) 고용률은 71.4%, 여성 고용률은 60%로 각각 평균(79.9%, 67.7%)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30~40대 여성 고용률은 64.6%로 평균(76.2%)보다 11.6%p 낮다.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일·가정양립 지원금도 문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육아휴직시 대체인력 부족, 일과 가정 양립 (Work-and-Life Balance)을 위한 제도 부족, 그리고 경력단절과 직장 내 불이익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과도한 경쟁사회의 부작용도 있다. 대기업 맞벌이 직장인이 출산계획이 없는 이유를 보면 ‘내가 경험한 치열한 경쟁을 나의 자식들이 경험하게끔 하고 싶지 않다’란 답이 많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났지만, 여성 근로자의 경우 가정과 직장을 병행하는 이중고를 겪는 사례도 많다. 남성의 경우 육아 휴직을 신청하고 싶어도 회사 눈치와 인사고과 불이익 등에 대한 걱정이 크다.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 역시 저출산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성장을 중시했던 기성 세대의 경우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 역성장과 국가 지속성 위기 등을 염려하지만,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청년 세대들의 경우 ‘왜 저출산 극복을 위해 청년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냐’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Q. 근로시간이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장시간 근로와 경직적 근로시간제도는 저출산 주요 원인이 명백하다. 따라서 출산과 육아 기간 동안에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와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 실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9 to 5 근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시차 출퇴근제를 활용해 자녀들을 유치원에 등원시킨 이후 10시까지 출근, 그리고 하원을 위한 4시 퇴근 시스템 등을 지원한다. 그 결과 부모들은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Q. 현재 한국 기업 문화나 환경이 저출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기업 자체 출산 장려지원금과 같은 금전적 지원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출산휴가, 육아휴직, 유연한 근로시간제도 (시차출퇴근제) 등 워라밸과 관련된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기업 문화 및 인력관리 제도 실행이 부족하다.
그리고 육아휴직 제도를 활용할 경우 같은 부서 근로자들의 업무량 증대에 대한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인력관리 정책, 부족한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 수급 관련 정책이 미흡하다.
특히 인사고과 불이익에 대한 우려와 눈치 보기 문화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Q. 정부와 기업이 저출산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도가 있는지
“저출산 해결을 위해 정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법적 환경 정비를 위해 육아기간 동안 유연근무와 근로시간 단축을 보장해야 하며, 고용보험 미가입자를 위한 지원제도 도입을 위해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효과적인 재정 지원을 위해 신혼·출산 부부 대상 주거지원 정책, 일가정 양립 (출산휴가, 육아휴직, 양육지원 등) 지원 정책, 대체근로 지원 정책 등을 위한 재정 투입 정책 등이 필요하다.
기업은 부영 그룹 사례처럼 출산 장려금과 같은 금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워라밸을 위한 기업 문화 및 인력관리 제도 실행이 중요하다. 그리고 정부가 추진 중인 제도의 실효성 증대를 위한 회사 눈치 보지 않는 남성·여성 모두를 위한 육아 친화적 기업 문화 및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