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유연근무제, 성별 격차 해소와 저출산 해결 실마리”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위해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 높여야”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5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0.82명에서 0.06명 줄었다. 1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1분기는 연중 출생아 수가 가장 많은 시기임에도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연간 합계출산율이 올해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현재의 초저출생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이 시사저널e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이 시사저널e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여성정책연구원

Q.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는 배경을 두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요인을 꼽는다

“노동시장, 돌봄, 양성평등 세 가지 부분에서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본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제약 조건을 생각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조건이 시간과 소득이다. 일반적으로 자녀를 낳아서 키우는 일에는 20년 이상의 시간, 에너지, 소득을 쏟아부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소득을 유지하면서 자녀를 키우려면 맞벌이가 필수가 된 상황이다. 자녀를 키우는 20년의 기간 동안 어떻게 하면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제한된 시간과 소득 안에서 자녀를 키우려면 노동과 돌봄을 비롯한 가정생활을 양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유연근무가 저출산을 극복하는 데 핵심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

Q. 저출생 문제 해결의 해결책으로 유연근무를 강조했는데 유연근무가 출산율 반등에 어떤 방식으로 긍정적 작용을 하는가

“유연근무제는 일과 가족 돌봄을 병행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2021년 사업체 패널 조사를 분석한 결과 유연근무를 적용한 기업에서 여성 근로자 비율이 4.7% 증가했다. 중소기업만 따로 보면 6.8%로 증가율이 더 높았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때문에 중소기업 현장에서 인력 활용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한편으로 여성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연근무를 적용하면 국가 경제와 여성 인력 활용에 양쪽에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Q. 그동안 정부에서 내놓은 저출산 대책을 두고 금전적 지원에 치중됐단 지적이 많다

“현금성 지원 정책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자녀를 키우는 일에 돈이 많이 들다 보니 그랬던 것인데 현금성 지원은 현실적으로 무한정 늘어날 수 없다. 대상자를 골라서 현금을 지원하는 건 손쉬운 정책이지만 그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현금 지원 정책보다 사회 서비스 지원 정책을 어떻게 정교하게 마련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노동시장에서 어떻게 가족친화적 환경을 조성할지, 돌봄의 공백을 어떻게 메워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 결국 단기적인 금전 지원보다 장기 관점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기간에 일과 돌봄을 무리 없이 병행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Q. 유연근무제 외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할 수 있는 또 다른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어떤 게 있는가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은 기간으로 보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짧은 기간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문제가 됐던 것은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이 너무 낮은 탓에 육아휴직을 쓰기가 어려웠다. 특히 남성의 임금이 여성보다 높기 때문에 남성이 육아휴직을 썼을 경우 소득대체율이 여성보다 더 낮고 결국 이런 현상은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보면 육아휴직 확대 정책이 대거 포함됐다. 여기에는 육아휴직의 월 급여 상한액을 월 150만원에서 최대 25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도 담겼는데 이는 육아휴직의 소득대체율을 높임으로써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Q.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출산이란 선택지가 자신의 인생에 불리한 결정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청년 세대들에 대한 연구를 찾아보면 대체로 부모 세대에 비해 정해진 미래가 없는 세대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모 세대는 한 직장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일을 하다가 은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 청년 세대는 그렇지 않다. 정해진 미래가 없다 보니 불확실성도 함께 커지는 셈이다.

과거에는 여성들의 경력단절 사례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그런 부모 세대를 보며 자라온 현재 2030세대 여성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됐을 때 본인의 가정 내에서의 지위, 사회적 지위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여성들의 교육 수준도 높아지고 인적 자본 투자도 많이 이뤄지다 보니 자녀를 양육하면서 생길 수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서 키워도 자신의 사회생활에 불리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자녀 양육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편중된 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남성의 육아 참여도가 높아져야 한다.”

Q. 노동시장 내에서의 성별 격차 문제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를 얘기할 때 주로 다루는 부분은 노동시장 참여에서의 격차와 임금 격차 두 가지다.

성별에 따라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연구된 바에 의하면 가장 큰 요인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다. 경력이 단절되면 연공 기간이 줄어들면서 임금이 감소하게 된다. 또 다른 요인은 어떤 직종에 종사하느냐다. 옛날에는 경영·회계 등의 사무직 일자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IT·반도체 등 기술 및 공학 직종의 일자리가 많아졌다. 여성들의 이공계 전공 비율이 낮고 이것이 노동시장 내 성별 직종 분리로 이어지면서 노동시장 참여에서의 격차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나아가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 이런 원인을 개선해야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내 성별 격차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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