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출산·육아 긍정 메시지 노출 늘려야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5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8살, 6살 두 아이의 아빠인 김혁(41·가명)씨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돼야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출산과 육아가 행복이란 관점에서 이야기돼 왔다면 현재는 경제적 부담이나 골칫거리로 소비되고 있단 게 김씨의 생각이다.

김씨는 특히 “사회적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방송, 뉴스 등 미디어가 생산하는 소재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출산과 육아 과정에서의 갈등과 문제를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데 치중하는 느낌을 받는단 것이다.

김씨는 “가정을 꾸리고 계량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면서 “출산과 육아를 두려움이나 공포로 느끼는 부정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아이를 양육하는 김혁(남·41)씨는 미디어가 출산과 양육을 다루는 방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해야 사회적 인식 또한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사진=김씨 제공.
두 아이를 양육하는 김혁(남·41)씨는 미디어가 출산과 양육을 다루는 방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해야 사회적 인식 또한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사진=김씨 제공.

Q. 두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연애-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생애 모델은 전통적이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와 우리를 닮은 아이를 낳아 기르자는 동의가 있었고, 아이들을 위해 형제가 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경제적인 문제와 자기희생을 이유로 이런 생애 모델을 거부하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생각이라고 본다. 이런 두려움은 출산과 양육을 다루는 사회적 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Q. 어떤 사회적 분위기가 있고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결혼과 육아의 어두운 면만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공포’는 특히 미디어를 통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육아의 어려움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 부정적인 인식을 부추긴다고 생각한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단 것인가

“해당 프로그램들의 명분은 아이의 태도를 본 전문가가 해결책을 제시하고,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 도움을 준단 취지다. 그러나 사실상 트러블 마케팅이 이뤄진다. 자극적으로 문제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콘텐츠가 됐다. 아이의 폭력적인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일종의 포르노다. 이 같은 내용은 2, 3차로 재생산된다. 인터넷만 봐도 아이의 폭력적인 모습만 편집돼 공유된다. 솔루션 시간은 짧거나 아예 포함되지 않는 콘텐츠가 대다수다. ‘체벌이 답이다’ ‘육아를 포기하겠다’는 식의 댓글이 달린다. 문제가 있다. 사실상 출산 지양 프로그램이다.”

Q. 국가가 프로그램을 통제해야 한단 말인가

“방송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국가가 검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충돌하지만, 일부 규제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 예컨대 아이가 엄마의 뺨을 때린다거나 가슴을 발로 차는 모습 등이다. 비주얼 쇼크다. 이건 시청자뿐만이 아니라 매체에 기록되는 아이 본인에게도 큰 상처로 남게 된다. 편집 과정에서 걸렀어야 할 내용이다. 꼭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만이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연애 프로그램이 성공한 적이 있는가. 달콤하게 그려지는 연애처럼 출산과 육아를 다루는 사회적 시선도 개선돼야 한다. 출산·육아의 공포를 줄이기 위해서 미디어의 부정적 메시지는 줄이고 긍정적 메시지를 자주 노출할 필요성이 있다.”

Q. 본인은 언제 출산과 양육에서 행복감을 느꼈는가

“대단한 순간이 아니다. 얘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장난칠 때.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쌀 때. 길을 걸을 때 내 손을 잡아주고,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때. 사소한 순간이다. 최근엔 김밥 몇 줄과 생수를 사 동네 공원에서 아이들과 놀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나는 오늘 아빠와 함께 있어서 행복해요’라고 하더라. 눈시울이 붉어졌다.

주인공이 시간을 되돌리며 최선의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가 있다. 이 능력은 유전이었고, 주인공의 아버지 역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설정이다. 영화 후반부, 죽음을 앞둔 아버지는 아들과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버지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부와 명예를 가졌던 시점이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장면이다. 가족영화의 뻔한 클리셰라고 느낄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고민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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