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의결 이어 대학별 모집요강 발표되면 절차 종료···전의교협 “의대 교육 붕괴 막아야”
의료계, 탄원서 제출 등 전력 “아직 확정 안 됐다”···일각선 현실 인정, 출구전략 거론
변수는 미복귀 전공의 처분, 전병왕 “이탈 진의 여부 파악”···향후 의료계 움직임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내년 의대 정원은 확정됐지만 대부분 의료계 관계자들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에 반발하고 있는 의료계는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의료계 일각에서는 현실을 인정하고 2026년 이후 의대 정원 등을 정부와 논의하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24일 제2차 대학입학전형위원회에서 의대 정원이 늘어난 31개 대학의 내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의결했다. 이로써 2025학년 의대 모집 정원은 기존 3058명에서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확정됐다. 단, 관련 절차는 남아있다. 오는 31일 각 대학이 모집요강 발표까지 끝내면 내년 의대 증원이 완전하게 마무리되는 셈이다. 의료계는 일단 절차를 지켜보고 향후 투쟁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의대 증원 취소를 촉구하며 연 ‘대법원 탄원서 접수 및 기자회견’에서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사진 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의대 증원 취소를 촉구하며 연 ‘대법원 탄원서 접수 및 기자회견’에서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사진 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2025년 대학입시 모집요강은 입시생과 학부모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2023년 5월 발표됐는데 천재지변도 아닌 상황에서 내년 입시가 8개월도 남지 않은 올 2월 정부가 2000명 의대 증원을 발표해 입시 현장을 대혼돈으로 바꿔놨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회생이라는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의사를 양성하는 의대 교육 현장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재항고를 심리하는 대법원 판결이 의대 증원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판단, 탄원서를 내는 등 공을 들이는 상황이다. 이같은 의료계 움직임은 두 가지 차원에서 분석 가능하다. 우선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최근 각하와 기각 판결을 내렸지만 대법원 재항고심에서 인용도 가능하다는 의료계 주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증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서울고법 재판부는 의대생 신청인들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예방을 위해 긴급한 필요성은 일부 인정했다”며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 3건을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로 보기에 미흡한 것도 일부 파악된 것을 성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18명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취지를 살리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법원 재항고심 외에도 서울고법에 제기한 즉시항고 3건에 대한 판결도 남아있다.

또한 대법원 판결이 만약 서울고법 판결과 유사한 방향으로 나오더라도 사법부에 공을 들였던 동력을 향후 대정부투쟁으로 이어갈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즉 사법부에 대응하는 절차가 마무리되면 기존 대정부투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 C씨는 “사법부에 제기한 법원 판결이 종료되면 투쟁 상대를 다시 정부로 이동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내년 의대 증원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교협 의결에 이어 대학별 모집요강 발표까지 진행되면 사실상 내년 의대 정원을 되돌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차원의 해결책이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현실을 심각하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국 19개 의대 교수가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가 최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강행하겠다고 밝혔던 ‘일주일 휴진’ 철회를 발표한 것도 이같은 흐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 D씨는 “의대 증원이 확정될 가능성은 높지만 이번에 정부가 증원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신뢰를 잃은 것 역시 사실”이라며 “의료계가 현실을 인식하고 오는 2026년 이후 의대 정원 등을 정부와 논의해 실리를 취하는 방향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복지부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복지부

이같은 상황에서 향후 의료계 대정부투쟁 수위를 결정할 최대 변수로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가 손꼽힌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제출한 사직서 수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전공의 이탈이 진의인지 부당한 압력에 의한 것인지 충분히 파악하고 어떻게 할지 추가 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관측하는 전공의 행정처분 임박설을 일단 부인하고 시간을 갖고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계획에 무게중심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달 말 각 대학이 내년 의대 모집요강 발표를 하는 순간까지 또는 발표 이후에도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대부분 의료계는 의대 증원 확정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 판결에서 ‘인용’이 나오지 않는다면 의료계가 어떤 방식으로 정부와 투쟁할지 결정하는데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환자단체 관계자 E씨는 “의대 증원이 가닥을 잡은 것은 다행이지만 전공의 미복귀가 이어지니 환자들 고통에 변화가 없는 상태”라며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조만간 3개 환자단체연합회와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여기서 환자들 고충 감소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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