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 승인···내주 각 대학이 수시모집 요강 발표하면 확정
강경론 “전공의 행정처분 더 이상 늦출 수 없어”···일각선 내주 이후 처분 가능성 관측
유화론 “행정처분 시 의료계는 극한투쟁 예고”···전공의 복귀 위해 시간 더 줘야 주장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정부 대처 과정에서 강경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내년 의대 정원이 확정된 상황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탈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행정처분 착수 시점이 주목된다.
24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등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각하와 기각 판결에 이어 이날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의대 증원이 반영된 2025학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승인했다. 이에 내년 의대 정원은 최종 확정됐다. 향후 각 대학이 확대된 의대 정원을 반영한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하는 수순이 이어진다.
하지만 의료대란을 촉발한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가 미미한 상황에서 그동안 정부는 전공의 대처에 있어 강경론과 유화론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이른 시일 내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진행하자는 주장이 강경론이다. 반면 전공의 복귀를 더 기다리자는 유화론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동향에 정통한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정부 입장에서는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정부가 내세우는 법과 원칙에 따른다면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행정처분은 해야 하는데 반면 환자들을 생각하면 반발 가능성도 있어 처분을 강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복지부는 공식적으로는 이탈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과 관련,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 처분 시기나 수위, 방법 등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유연한 처분이라는 당초 기조에 따라 절차가 중지돼있는데 현재로서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 내부적으로는 이탈 전공의에 대한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강경론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처분 착수 시점은 이달 31일 각 대학이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한 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복지부 움직임은 두 가지 차원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이날 대교협 승인에 이어 수시모집 요강이 발표되면 내년 의대 증원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처럼 의대 정원 확대가 확정되면 다음 수순으로 자연스럽게 전공의 행정처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자단체 관계자 B씨는 “의대 증원이 확정된 후 정부 정책 방향을 예상했는데 일단은 강경 목소리가 내부에서 힘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턱대고 행정처분을 지연시키는 것도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지부진한 전공의 복귀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복지부가 서면점검을 통해 100개 수련병원의 레지던트 근무 현황을 파악한 결과, 지난 21일 오전 11시 기준 출근한 전공의는 총 658명으로 집계됐다. 100개 병원 기준 나머지 9400여명은 아직도 근무지를 이탈한 상태다. 지난 2월 20일을 전후로 근무하던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대부분이 복귀를 거부하는 상태가 곧 100일을 맞을 전망이다.
현재 대부분 사직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급격한 입장 변화 없이는 복귀가 난망한 상태다. 익명을 요청한 전공의 C씨는 “정부에 대한 신뢰관계가 회복돼야 복귀를 검토할 수 있는데 최근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며 “선후배나 동료들도 저와 유사한 생각”이라고 전했다. 복지부가 현재 근무하는 658명 전공의와 이탈 전공의를 분리하는 정책을 검토하는 것도 이같은 강경론 연장선상 조치로 분석된다.
반면 복지부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행할 경우 의료계가 총파업 등 극한 투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강경론을 밀어붙이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연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한 근거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 처분이 시행되는 경우 대정부투쟁 강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강조해왔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최창민 위원장은 “정부가 갑자기 전공의들 의사 면허를 정지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며 “이전 논의한 것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정부가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재도 환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자칫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으로 인해 의료계 총파업이 발생할 경우 극한 혼란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의료계 관계자 D씨는 “만약 전공의 행정처분으로 총파업이 발생되면 정부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서 나올 수 있다”며 “정부 내에서 강경론 목소리가 있지만 이를 시행에 옮기는 것은 복잡한 의사 결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료계 관계자 E씨는 “일각에서는 전공의 행정처분을 정부의 단순한 행정조치로 인식하고 있는데 당사자는 물론 의료계 전체에 중대한 사건”이라며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극한 투쟁 가능성 외에도 점진적 의료 정상화를 위해서는 전공의들이 복귀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다음 주 의대 정원 확정의 마지막 절차까지 종료되면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전공의 행정처분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론 도출은 정부 몫이지만 결정을 늦추는 상황을 지속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환자단체 관계자 B씨는 “최근 별세한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이 ‘내 환자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라는 제네바 선언을 지켜 의사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며 “전공의들은 이 회장 당부를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