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정지 신청인 재항고해도 한달여 소요···이달 말까지 내년 정원 확정 절차 진행 전망
정부 의료개혁도 가속화 예상, 실행방안 검토···국민들도 개혁 긍정, 2000명 확대 필요 72.4%
전공의 복귀 적을 듯, 교수들도 근무시간 재조정···총파업 가능성 거론, 의료계 움직임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법원 판결이 각하와 기각 즉 집행정지 신청을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에 내년 의대 정원 확대는 사실상 확정됐다는 분석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배상원 최다은 부장판사)는 16일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에서 각하와 기각 판결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을 지칭한다. 서울고법은 신청인에 따라 일부는 각하 판결이고 일부는 기각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이번 사건은 전공의와 의대생 등 18명이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대상으로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다. 지난달 1심에서 서울행정법원 재판부가 각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신청인측이 항고한 데 따라 진행된 것이다.
이날 법원의 기각 판결에 따라 신청인측이 대법원에 재항고할 가능성이 관측된다. 하지만 대법원이 재항고심을 진행하는 데 있어 최소한 한달여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최소한 2025년 의대 정원은 사실상 확정됐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그동안 법원 결정을 기다렸던 일부 대학들은 향후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역시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 각 대학에 통보하면 대학들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수시모집요강’ 발표와 함께 늘어난 의대 정원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기각 판결과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 A씨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정책에 변함이 없다”며 “향후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법원 판결로 인해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의료개혁 추진단을 범정부적으로 구축, 구체적 실행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추진하는 의료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4일과 15일 양일간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증원 방안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에서 정원 2000명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72.4%에 달했다.
의대 교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8.7%를 차지했다. 정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1.8%다. 집단 사직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정지 처분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55.7%에 달했다.
이처럼 사실상 내년 의대 정원이 확정됐지만 의료대란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기각 판결로 인해 전공의들이 향후 의료 현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공의 동향에 정통한 의료계 관계자 B씨는 “법원이 인용 판결을 내린다는 전제조건 하에도 전공의가 복귀할 가능성은 불투명했는데 기각 판결로 실제 현장에 돌아올 전공의는 극소수로 예상된다”며 “20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취득이 1년 지연된다는 정부 설득도 전공의에게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직한 전공의 C씨도 “당분간 현장에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만 언급했다.
의대 교수들 역시 유사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전날 온라인으로 임시총회를 연 뒤 “(판결이) 기각이 될 경우 장기화될 비상 진료시스템에서의 ‘근무시간 재조정’에 대해서 심도 있게 상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의비는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 추진에 반대하는 각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모인 단체다. 40개 의대 중 19곳의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어 영향력이 큰 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료계 일각에서는 총파업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어 주목된다. 의료계가 그동안 강력하게 주장해왔던 의대 증원에 대해 법원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단행동을 실행하자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 D씨는 “복지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하면 과학적이거나 합리적 근거 없이 2000명 증원을 결정하는 등 부당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며 “갑작스럽게 의대 정원을 늘리면 교육의 질이 급속하게 떨어져 국민 건강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 판결로 내년 의대 정원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의료계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총파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의료계 움직임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