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수련 기간 3개월 초과 시 1년 늦춰져···이번 주 법원 판결과 맞물려 복귀 여부 관심
‘인용’ 판결 시 기각에 비해 복귀 규모 클 듯···‘기각’ 판결시에는 복귀 미미 전망
의료계 “전공의 복귀는 당분간 적다”···사직 전공의 “정부 정책 변화해야 복귀할 터”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정부가 이번 주 내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이 1년 지연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주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법원 판결도 예정돼 있어 이와 맞물린 전공의 복귀 움직임이 주목된다.
14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가 휴직 등 부득이한 이유로 1개월 이상 수련을 받지 못한 경우 해당 기간만큼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추가 수련 기간이 3개월을 넘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늦춰지게 된다. 이에 지난 2월 20일을 전후로 사직서를 제출한 후 의료 현장을 떠나 있는 전공의들이 복귀해야 하는 시한은 오는 20일이 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달 20일이면 전공의가 3개월 이상 현장을 이탈한 상태가 된다”며 “향후 진로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근무지로 복귀해 의사로서 본분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어 박 차관은 “대다수 전공의가 현장을 비우고 있지만 100개 수련병원에서 600명에 가까운 전공의들이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의 전체 레지던트 9997명 중 595명이 출근, 출근율은 6.0%으로 집계됐다. 즉, 9400여명 레지던트가 현장을 이탈한 상태다.
특히 전공의와 의대생 등 18명이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대상으로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항고심 판결이 이번 주로 예정되며 전공의 복귀 시한과 일부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고법 판결 내용에 따라 전공의가 어느 정도 규모로 현장에 복귀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태다.
우선 법원이 ‘인용’, 즉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사실상 내년 의대 정원 확대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의 동향에 정통한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전공의들이 요청했던 ‘증원 원점 재검토’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의대 정원이 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각 판결보다는 많은 규모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어렵게 된 상황에서 환자들을 감안한 일부 전공의 복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반면 법원이 ‘기각’, 즉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내년 의대 정원은 이달 말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이 되면 전공의 복귀 규모는 미미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그동안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해 왔는데 증원이 확정되면 극소수 전공의만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는 다른 관점으로 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리면 일부 전공의가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지난 11일 한국전문간호사협회 세미나에서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 대한의사협회나 교수, 전공의는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주장을 하겠지만 이전처럼 강력한 주장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 전공의가 병원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 내용에 관계 없이 당분간 현장에 복귀하는 전공의 규모가 적거나 미미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2월 사직서를 제출했을 당시 전문의 자격 취득 1년 지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예상했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획기적 변화가 없을 경우 그들이 복귀할 명분이 없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 C씨는 “기성세대는 MZ세대 전공의 심리를 너무 모른다”며 “의사 선배들 지시로 현장을 이탈한 것이 아닌 만큼, 복귀도 그들 요청이 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졌다고 확신이 들 때만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 D씨는 “그들은 향후 전공의 복귀나 또는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 근무 등 여러 진로가 있는데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며 “특히 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릴 경우 복귀 전공의는 극소수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사직 전공의 E씨는 “전문의 자격 취득이 1년 지연되는 시한은 정부가 그동안 거론했던 5월 20일이 아니라 한참 이후로 알고 있다”며 “저와 제 동료들이 당분간 병원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E씨는 “법원 판결과 관계 없이 정부의 정책 변화 여부가 핵심인데 현재로선 변화가 없으니 복귀가 예상되는 전공의는 극소수”라며 “단,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리면 전공의들이 복귀 여부에 대한 투표를 검토해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점이 1년 지연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대규모 현장 복귀는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집행정지 인용 판결을 내리면 일부 전공의가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판결 내용도 주목된다.
환자단체 관계자 F씨는 “이러다가 의료대란이 1년 동안 갈 것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렵다”며 “환자들이 전공의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