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각하에도 항고심 재판부, 본안 판단 가능성 시사···16일 또는 17일 판결 전망
‘회복할 수 없는 피해’와 ‘공공복리’ 쟁점···“집행정지 인용 시 혼란” vs “증원 시 교육 질 저하”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의대 증원 정책을 사실상 확정하거나 또는 불발시킬 수 있는 항고심 법원 판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5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오는 16일 또는 17일 정부의 의대 증원과 배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 항고심 결정을 할 예정이다. 당초 이 사건은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이 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함께 집행정지도 신청한 것이다. 앞서 1심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원고의 ‘당사자 적격’을 지적하며 집행정지 신청 자체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을 지칭한다.
항고심 역시 일단 원고의 당사자 적격성 여부가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단, 서울고법 재판부가 원고 적격성을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이 주목된다. 실제 항고심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심문에서 “모두에게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국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경우에는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라며 “그런 국가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정부에 의대 증원 처분과 관련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는 1심처럼 각하 판단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본안 심리를 할 수 있다는 의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 안건과 회의록,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회의 결과 등 49개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처럼 법원 심리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항고심 결정에 따라 사실상 내년 의대 증원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각 대학은 이달 말까지 대입 수시모집 요강에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해 증원을 최종 확정해야 한다. 이에 재항고를 하더라도 대법원 판단이 그 이전 나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집행정지가 각하 혹은 기각될 경우 사실상 증원이 확정된다. 반면 인용될 경우 내년도 입시에 의대 증원 반영은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재판부가 1심과 달리 원고 적격성을 인정한다면 다음 쟁점은 집행정지 핵심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와 ‘공공복리 영향’이 된다. 행정소송법은 “처분 등으로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를 집행정지 요건으로 정하되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정했다.
이에 정부는 의대 증원으로 인한 손해 우려는 실체가 없으며 오히려 집행정지가 인용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법원 제출 자료를 통해 “(집행정지가 인용될 경우) 본안 판단 시까지 대입 정원이 유동적 상태가 될 수 있어 수험생과 학부모 등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상황이 우려된다”며 “의대 증원이 불발될 경우 향후 수십년 간 의료개혁이 좌초될 우려도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청인 주장만으로는 의대 증원으로 인해 신청인에게 당장 어떠한 손해가 예상되는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신청인 측은 객관적 근거가 없는 2000명 증원을 수용하는 것은 교육 여건상 무리이며 교육의 질 저하 등으로 손해를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반박 자료에서 “의대 교육과정은 일반대학 수업 또는 평가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정원 변경은 교육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킨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와 증원 규모에 대한 협의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며 “비과학적 방법에서 도출된 2000명 여론몰이에 매진함으로 현 사태를 일으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