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22일 대표자대회 열어 대책 논의···민주당과 보건특위, 간담회와 토론회 개최
27일까지 수시합격자 등록 후 정시 모집 확정···의료계 입시 중단 요청, 정부는 “변동 없다” 
의료계 기대 대법원 판결 지연, 의협 회장 부재 상태···내주 정시 인원 확정되면 바꿀 수 없어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의료계가 내년 의대 입시 중단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정치권도 참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그동안 입시 변경 불가를 밝혀왔던 정부와 힘겨루기를 할 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순 경부터 진행됐던 정부와 의정갈등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의결로 인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정부가 사실상 의료개혁을 중단한 상황에서 의료계는 현재 진행 중인 2025년 의대 입시를 중단하자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오는 22일 의대 교수, 봉직의,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 등 전체 의료계 직역이 참여하는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해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해 휴학한 의대생 3000여명이 내년 복귀하면 신입생 4567명까지 합쳐 7500명 가량이 예과 1학년 수업을 받는 상황이 예상된다는 의료계 설명이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전공의 공백과 의대생 교육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의대 모집을 중단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의료계 현안 해결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는 오는 24일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위는 강희경 서울대 의대 교수를 좌장으로 내세워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19일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와 간담회를 진행, 의제에 제한 없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자리에는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과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박형욱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민주당 관계자 B씨는 “의료계와 접촉은 그동안 꾸준히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강청희 민주당 보건의료특위 위원장도 “토론회는 이해당사자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라며 “이달이 지나가면 의대 정시 모집 인원이 최종 확정되기 때문에 이전으로 일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민주당 관계자들의 원론적 입장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일각은 내년 의대 입시 정책에 대한 정치권 결단을 희망하는 분위기다. 의료계 관계자 C씨는 “의대 증원이 이대로 진행될 경우 의학교육이 부실해지고 의료 정상화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며 “민주당이 최근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을 의료계가 주목하는 것은 이같은 사유가 있다”고 말했다.

1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의대 증원 반대 피켓 시위에서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원들이 관련 손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의대 증원 반대 피켓 시위에서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원들이 관련 손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핵심은 의대 입시에서 증원된 1509명이다. 2025년 의대 모집 정원은 총 4567명인데 수시모집 합격자 3118명은 이미 발표됐다. 합격자 등록기간은 이날(18일) 종료되고 등록하지 못한 경우 26일까지 추가 합격자를 발표하며 27일까지 진행한다. 이때까지 충원되지 않은 인원은 정시 모집으로 이월된다. 의료계 주장은 바로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방안인데 시행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정시 모집 인원 확정을 앞두고 의료계에서 나오는 주장은 해당 대학 총장이 권한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서울아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도 이날 ‘2000명 의대 증원’ 반대 피켓 시위를 열고 “2025년 의대 신입생은 (증원 전) 3058명에서 선발 인원을 대폭 줄이거나 선발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라며 “이대로 내년 대입이 마무리되면 2026년 의대 모집 정원은 0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대위는 “국회와 정부는 의대 입시를 멈추고 대학 총장, 의대 학장, 교수들과 함께 대학별 교육 여건과 상황을 고려한 감원 선발 대책을 마련,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가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대법원 판결이다. 수험생과 의대생이 지난 6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대상으로 의대 증원 변경 효력 정지를 요구하며 제기한 ‘대학입시계획 변경승인 효력정지 가처분’이 대법원에 계류된 상황이다. 인천광역시의사회가 이날 사법부의 신속한 판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천시의사회도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 해결책은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의 즉각 철회”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건복지부 등 정부는 의대 입시를 변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 D씨는 이날 “내년 의대 입시는 예정대로 간다”며 “(계획에) 변동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다음 주 수시모집에서 충원되지 않은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면 내년 의대 입시가 최종 확정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도 변경을 검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의협 회장이 공석이어서 효과적인 대정부투쟁을 주도할 리더가 없다는 점도 의료계에는 불리한 요소로 판단된다. 시민단체 관계자 E씨는 “의대 입시 중단은 시기적으로 적합지 않은 사안”이라며 “입시가 마무리되면 의학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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