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구매·대여·충전비용 할인해 발길 적극 유인
일부 소비자들 “비싸서 안 탄다, 출고가 내려야”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 7일 네이버 공식 포스트에 ‘기존 아이오닉5 오너가 배 아픈 이유’라는 제목의 차량 홍보 게시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 최근 출시된 ‘더 뉴 아이오닉5’가 이전 모델보다 개선된 상품성을 갖췄음에도 같은 가격에 판매되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게시물 말미에는 “차는 무조건 새 것이 좋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한다”며 “신형(더 뉴) 아이오닉5를 괜히 시승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옛 어른들 말씀이 새삼 와닿는다”고 쓰였다.
현대차가 더 뉴 아이오닉5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익살스럽게 표현한 내용으로 해석되지만, 구형 모델에 대한 아쉬움을 유발하는 내용으로 읽히고 있다. 그간 현대차가 구형 차량의 잔존가치와 신차 판매 확대를 동시에 고려해 제품 전략을 펼쳐온 것과 다른 결의 메시지인 셈이다. 현대차가 전기차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내수 시장에서 관심을 모으고 수요를 창출하려 고심하는 모양새다.
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전기차(BEV) 판매대수는 전년동기(3만6024대) 대비 29.3%나 감소한 2만5461대에 그쳤다.
모든 브랜드의 판매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현대차 판매대수도 전년 대비 60% 가까이 감소했다. 고금리, 고물가 기조에 더해 전기차 배터리 충전 불편, 화재 사고 보도 등 부정적 요인이 발생해 소비가 더욱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전기차 판매의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던 현대차의 부진이 전체 실적을 축소 시켰다.
현대차의 내수 실적은 글로벌 실적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부진의 여파가 더욱 크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분기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합산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한 12만1000여대로 세계 7위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올해 줄어든 내수실적 1만7000여대를 보전했더라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타보세요”···고객 이용심리 자극할 혜택 마련
현대차는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최근 전기차 관련 마케팅 활동을 다각도로 펼치는 중이다. 이 일환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현대차 전기차의 상품 경쟁력과 구매·운행 혜택에 대한 잠재 고객의 이해도 제고를 노리는 중이다.
현재 현대차 공식 홈페이지 내 전기차 전용 카테고리 ‘하이, 이브이(Hi, EV)’를 새롭게 운영하는 것이 한 사례다. 해당 카테고리에는 전기차 제품 소개, 수상실적, 전기차 팩트체크 등 게시물이 게재돼있다. 그간 개별 검색하는 방식으로 습득할 수 있었던 정보들을 한데 모아 브랜드, 제품의 노출 효과를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내연기관차 대비 경제적인 차량 운행 비용을 제시하는 전략으로 전기차 이용 경험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는 지난 2월 20일 이후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5(N 포함)·6 등 4종을 출고·대여한 고객에게 160만원 상당의 전기차 충전 크레딧 또는 가정용 완속 충전기 설치 비용을 중단 시점 예고없이 지원 중이다.
또 전기차 대여 고객 중 160만원 규모 혜택을 받지 않는 고객에게 충전비 매월 지원, 잔존가치 보장 등 수단으로 차량 총소유비용(TCO) 부담을 덜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75만원)을 조건에 따라 아반떼(77만원)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대여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위축돼 차량 잔존가치가 급락하고, 이로 인해 수요가 더 감소하는 악순환 속에서 전기차에 발길을 들여놓기 위한 현대차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전기차를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전기차 이용 만족도를 높이고 국내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 “전기차 좋지만 너무 비싸, 특단 조치 필요”
하지만 현대차의 ‘발길 들여놓기’ 마케팅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활동을 바라보는 소비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 판매가 인하가 결정적인 차량 선택 요인이라고 입 모으고 있어서다.
누리꾼 A씨는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싼타페 하이브리드 최상위 트림에 선택 사양 대부분 넣어도 일부 사양만 적용한 아이오닉5 상위 트림보다 저렴하다”며 “솔직히 아이오닉5가 싼타페급은 아니지 않나. 전기차가 좋은 건 오너가 아니어도 알 수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잘 팔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조사의 부족한 가격 인하 여력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강남훈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 회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 회관에서 열린 전기차 보급 관련 주제의 포럼에 참석해 “전기차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구매 보조금을 증액하고 충전요금 할인 특례를 부활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