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평균가 8411만원, 4년새 32% 인상
엔트리 모델 판매율 하락···업체들, 마케팅 고심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고물가 기조 속 완성차 구매비용이 인상되는 ‘카플레이션(car+inflation)’이 이어지며 비교적 낮은 가격대 수입차의 판매 비중이 감소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5000만원 미만 수입차 판매대수는 전년동기(6034대) 대비 1.0% 감소한 5973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판매 대비 비중도 10% 안팎의 미미한 수준을 유지했다. 해당 가격대 수입차의 판매량은 코로나19 사태의 시점인 2020년 27.1%에서 매년 꾸준히 하락해왔다.
통상 수입차 시장의 선두를 달리는 고급차 업체들의 차량 최저가가 5000만원 안팎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이 금액을 마지노선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비중이 나뉘고 있다. 수입차 주요 고객들이 더 크고 비싼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이를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춤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차의 수요가 시들해지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도 주요 고객을 겨냥해 사양 경쟁력과 가격을 동시에 높인 고급 모델로 라인업을 재편하는 중이다. 이로 인해 매년 집계된 수입차 판매액을 판매대수로 나눠 단순 산출한 1대당 평균 판매가가 인상되는 추세다.
한국모빌리티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배포한 통계 자료를 재가공한 결과 국내 수입차의 대당 평균 판매가는 2020년 6348만원에서 매년 상승해 지난해 8411만원을 기록했다.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전동화 모델을 비롯해 럭셔리카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 가격 인상 요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 인사이트는 신차 구입 부담의 증대 추세에 대해 “원자재가 상승, 인플레이션, 팬데믹 기간 동안 나타난 한풀이 소비 풍조, 대형·고급차 선호 추세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BMW, 벤츠 등 인기 브랜드 차량을 경험하기 위해 중고 매물을 들여다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엔카닷컴이 이달 초 중고차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전년동월대비 국산차 0.49%, 수입차 0.15%씩 하락했다. 시세가 전반적으로 작년 대비 약세를 보였지만 수입차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2030 고객 비중 하락···“젊은 고객 유인은 필요”
수입차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부담을 고려해 최근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하고 있어 실제 5000만원 이하 가격에 살 수 있는 수입차의 가짓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신차 구매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지난 2월 출고가 5700만원인 중형 세단 320i를 자체 금융(BMW파이낸셜) 상품으로 구매하는 고객에게 90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해 4800만원에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와 수입차 업체들의 판매전략이 모두 고가 시장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어 수입차 시장에 ‘입문’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비교적 경제력이 약한 20~30대 수입차 고객의 비중이 낮아진 점에서 이 같은 시장 진입장벽이 확인된다는 관측이다.
KAIDA 자료에 따르면 20~39세 수입차 고객 비중은 2020년 23.8%에서 지난해 17.8%로 하락했다. 최근 주요 수입차 업체들이 판매 확대에 공들이고 있는 전기차는 제품군을 확장하거나 가격을 하향 조정하기 더욱 어려워 가격대별 차량 수요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도 카플레이션 속 젊은 잠재 고객의 관심과 구매를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고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요 고객층을 공략하는데 힘쓰는 한편 엔트리 모델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점을 고려해 다양한 차량 선택지를 제공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현재 주요 수입차 브랜드에서 각종 세금을 제외하고 5000만원으로 구입 가능한 주요 모델에 BMW 220i 액티브 투어러 어드벤티지(456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A220(4710만원), 렉서스 UX 250h 2WD(5090만원), 볼보 XC40(4920만원), 토요타 캠리(3900만원) 등이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입문용 수입차 시장에서 거리가 먼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고객 충성도와 브랜드 유입 등을 고려해 엔트리 모델을 지속 판매하는 중”이라며 “고객 저변 확대를 위해 폭넓은 라인업 마련을 중요한 전략으로 삼는 브랜드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