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공장에 투자자 데려가 경쟁력 적극 어필
“결국 전기차”···글로벌 전동화 사업에 선제 투자중

현대모비스 울산 전동화 공장. /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울산 전동화 공장. / 사진=현대모비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모비스가 최근 제품 보편화 전 일시적인 수요 둔화 추세(캐즘)를 보이는 순수전기차(이하 EV) 시장에서 관련 역량을 어필하며 중장기 성장을 모색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최근 투자자들을 만나 EV 시장과 관련된 전동화 사업의 역량을 적극 알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울산 북구에 위치한 전기차용 배터리 시스템(BSA) 공장에 해외 기관 투자자를 초청해 시설 소개, 공정 탐방 등을 진행했다. 전동화 사업의 제품 경쟁력과 기술 등에 관한 투자자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9차례에 걸쳐 국내외 투자자들을 만나 경영실적과 사업 현황, 계획 등을 설명했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투자자들과 미팅을 가진 셈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2위인 HL만도가 같은 기간 두 차례 투자자들을 만난 것에 비해 빈도가 높다.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사업 매출액 추이. / 자료=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사업 매출액 추이. / 자료=현대모비스

◇ 대외 요인에 전동화 매출 감소, 주가에 악영향

현대모비스가 투자자들과 적극 소통하는 것이 최근 달라진 전동화 사업 흐름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외 EV 수요가 고물가, 고금리 기조 속에서 주춤한 가운데, 지난 1분기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사업 매출액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분기 전동화 사업에서 전년동기(3조3269억원) 대비 43.6% 감소한 1조876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EV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인한 배터리셀 가격 하락, 전동화 제품 공급 물량 감소가 매출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분기부터 현대모비스가 고객사에 공급하는 배터리팩에 탑재된 배터리셀의 조달방식이 일부 업체에 한해 바뀐 것도 매출액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모비스가 배터리셀을 자체 확보해 배터리팩으로 최종 조립한 후 고객사에 공급하던 것을, 고객사가 단가 인하를 위해 대규모 매입해 현대모비스에 공급하는(사급) 구조로 일부 전환됐다. 지난 분기 셀 공급 방식 변화로 인한 매출 감소분은 5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매출 감소 요인은 현대모비스의 기술 경쟁력이나 시장 입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의 EV 전략을 중심으로 전동화 사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매출액이 감소하는 등 위축되는 것은 기업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현대모비스 주가(장마감 기준)는 올해 초 23만원대에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1월 19일 19만원대로 하락했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지난달 말에도 주가는 26만원대에서 2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현대모비스가 지난 3월 14일 공개한 전기차용 프론트 페이스 통합 모듈. 디자인 다양성과 전기차 주행 효율 강화에 활용 가능한 특징을 갖췄다. /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지난 3월 14일 공개한 전기차용 프론트 페이스 통합 모듈. 디자인 다양성과 전기차 주행 효율 강화에 활용 가능한 특징을 갖췄다. / 사진=현대모비스

◇ 자체역량 투자 20%를 전동화에···“시장 확대에 대응”

현대모비스가 단기간에 EV 시장 캐즘의 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에 적극 어필하고 있는 부분은 전동화 사업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다. EV의 확산 추세가 느려졌을 뿐 퇴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성장세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투자자들을 만나 기술 경쟁력을 목격할 수 있는 전동화 공장을 소개하고 사업 현황과 계획을 설명하는 것도, 캐즘에 고심하는 현재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시키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분야의 중장기 투자 전략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중이다. 전략의 일환으로 전동화 부품의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 등 자체 역량 강화(Organic Growth)에 1년 전 대비 1조원 증액한 6조~7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가 2026년 양산 개시를 목표로 스페인에 짓고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스템(BSA) 공장의 예상 조감도. /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2026년 양산 개시를 목표로 스페인에 짓고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스템(BSA) 공장의 예상 조감도. / 사진=현대모비스

이 중 17~20% 비중에 달하는 1조2000억원을 들여 미국에 BSA, EV 구동(PE) 시스템을 각각 양산하는 공장을 신설하고 글로벌 고객사(GOE)의 전동화 생산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올해 전동화 확장 대응 등 양산 역량(CAPA) 확보와 연구개발 시설 투자 등에 최근 5년 중 역대 최고 수준인 3조183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전동화 분야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꾸준히 넓혀가는 중”이라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 대응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 1월 26일 공개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수립한 미래 현금 사용 계획. 현대모비스는 이 일환으로 전동화 사업 관련 자체 역량 강화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지난 1월 26일 공개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수립한 미래 현금 사용 계획. 현대모비스는 이 일환으로 전동화 사업 관련 자체 역량 강화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 사진=현대모비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 전동화 사업 성장 여부를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볼 만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동화 사업부 적자는 고성장 지원을 위한 글로벌 거점 고정비가 지속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외형 성장 후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수 있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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