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가까이 올랐다 3달 만에 뚝···“中 리스크” 탓
로봇 신사업, 지주사 HL홀딩스가 돌연 추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HL만도(옛 만도)가 최근 미국의 중국 산업 제재로 인한 사업 불확실성에 직면한 가운데 기업가치 강화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L만도 주가는 전날 장마감 기준 3만2050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초 하이브리드차 확산, 나이스신용평가 신용등급 호평(AA-(안정적)) 등 호재에 힘입어 5만원에 근접했던 것과 대조된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올해 들어 중국산 커넥티드카 수입 규제 추진, 전기차 관세 확대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HL만도 주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HL만도는 현재 중국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제너럴모터스(GM)그룹과 거래하고 있고 길리(Geely)와 합작법인을 운영하는 등 현지 기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HL만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중국 매출은 지난 상반기 1조556억원으로 한국(1조8361억원) 다음으로 큰 수준이다. HL만도의 중국산 부품 사용 비중도 높다. 지난 상반기 HL만도가 중국에서 매입한 자동차 부품은 8757억원(40.0%)으로 국가 단위 매입처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미국이 중국산 자동차 부품 수입을 규제하면 중국 기업 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등 HL만도 글로벌 고객사의 신차 판매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HL만도가 중국의 값싼 인력, 원자재 등을 활용해 현지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해왔지만, 지정학적 변수에 주가 흐름이 위축된 형국이다.
HL만도가 주가 강화 압박에 놓인 사이 선행사업 분야 중 하나인 로봇을 지주사 HL홀딩스와 분담, 이관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로서는 수익보다 투자 비중이 크고 성장 전망이 불투명한 선행 사업에 대한 부담을 줄여 기업가치 제고를 노릴 수 있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HL홀딩스는 지난 6일 자회사 HL로보틱스를 신규 설립해 자회사 편입한다고 공시했다. HL그룹 미래사업실장을 맡던 김윤기 전무가 초대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HL로보틱스는 자율주행 로봇 연구, 솔루션 제공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할 예정이다.
HL로보틱스 사업은 기존 HL만도가 신사업의 일환으로 주도하던 로봇 사업과 동일하다. HL만도는 로봇 솔루션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했다. 이후 전담 조직 모빌리티 솔루션 테크놀로지 그룹(MSTG)을 앞세워 사업 역량을 강화해왔다. 자동차 사업을 통해 확보한 자율주행, 연결성 관련 기술력을 활용해 주차, 순찰 용도로 쓰이는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해왔다.
최근 주차 로봇 파키(Parkie)의 실증, 사업화를 위해 인천국제공항, 카카오모빌리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순찰 로봇 골리(Goalie)를 서울 관악구 빌라촌, 경기 과천시 아파트 등 거주지에서 운영했다.
HL홀딩스가 HL로보틱스 설립을 위해 기존 HL만도의 로봇 사업 조직을 분할, 편입시켰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조직 분할 말고 외부 스타트업 인수합병 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다만 HL홀딩스가 그간 HL만도에 맡겼던 로봇 사업에 참여한 것은 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일환으로 해석된다.
HL홀딩스 관계자는 다만 “(HL로보틱스 설립에 관해) 공시된 것 외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신사업 재편은 기업 가치 제고 측면에서 양날의 검 같은 전략으로 읽힌다. 미래 먹거리를 얻지 못해 중장기 성장 동력 상실 우려를 야기하는 반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효율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 동향에 비춰볼 때 HL만도의 신사업 재편을 통한 이득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28일 중장기 사업 전략 ‘현대 웨이’를 발표한 점 HL만도 호재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차는 현대 웨이 일환으로 전기차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차량 동력 기관의 전동화로 인해 HL만도의 주력 제품인 전자식 조향, 제동, 현가장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화 동력 기관은 가장 보수적인 섀시 부품의 변화를 촉발할 것”이라며 “2017년 이후 8년간 이어진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회수기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