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종말 배경의 생존 게임
집중도 높은 스토리 강점

주인공인 션이 마을을 이만큼이나 일궈놨지만 기뻐해주실 할아버지가 안 계신다. 
주인공인 션이 마을을 이만큼이나 일궈놨지만 기뻐해주실 할아버지가 안 계신다. 

[시사저널e=박금재 기자] 3월이 됐지만 아직 롱패딩을 벗을 엄두가 안난다.  너무 추우면 잡생각이 안난다. 일단은 살아남는 데 집중하게 된다. 두꺼운 옷을 입고, 국물을 먹고, 따스한 곳에 들어가 체온을 올려야 한다. 몸이 원하는 것을 재깍재깍 채워줘야 병에 걸리지 않는다. 겨울은 그런 계절이다. 몸에 가장 귀를 기울이게 되는 시기다.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은 혹독한 겨울이란 환경 속에서 존재하는 여러 위험을 극복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목적은 단 한가지, 생존이다. 부차적인 요소도 존재하지만 생존을 먼저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게임이지만 생존에 꽤나 진지하다. 마을 구성원들의 건강을 채워주는 데 게을리하면 금방 죽어버리기 일쑤다. 

발전에만 몰입하다보니 주민들이 파업에 나섰다. 한국풍의 서윤이라는 영웅도 존재한다.
발전에만 몰입하다보니 주민들이 파업에 나섰다. 한국풍의 서윤이라는 영웅도 존재한다.

마을을 운영하는 일이 이 게임에서 주어진 주요 과제다.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남긴 마을을 찾아오는 생존자들을 지켜야 한다. 핵심은 용광로다. 용광로는 마을 전체의 온도를 높여주는 장치다. 지속적으로 용광로를 업그레이드해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온도를 올렸다면 음식을 구해야 한다. 물론 음식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마을 밖으로 나가 사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나 나간다고 해서 사냥을 할 수도 없다. 사냥을 위해 전투 인력을 훈련시켜야 한다. 

전투의 핵심은 영웅이다. 강한 영웅을 모집해 부대를 통솔하도록 해야 한다. 영웅을 모으는 과정에서 수집 시스템이 적용된다. 영웅마다 등급이 매겨져 있고 전투력도 다르다. 이 게임은 양산형 게임과는 다르게 영웅마다 스토리가 존재한다는 점이 좋다. 영웅마다 생존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고 쓰는 무기도 달라서 영웅을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

MMORPG에서도 요즘엔 등한시하는 스토리가 일관되게 이어져 있는 점도 참 좋다. 처음엔 오직 살아남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면 마을이 커질수록 다른 주제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마을 운영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그래픽은 깔끔하다. 인터페이스도 직관적이다. 모바일 기기의 성능과 관계 없이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출시된 게임답게 군더더기가 없다. 과금 압박도 그리 심하지 않다. 물론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 싶다면 과금을 해야겠지만 단지 게임의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무과금으로도 충분히 플레이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기자는 4400원의 과금을 했다. 건설 슬롯을 한 개 늘리기 위해서다. 4400원만 내도 게임을 접을 때까지 두 개의 건설 슬롯을 이용할 수 있다. 한 번에 한 개의 건물만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아무래도 답답함을 느꼈다. 과금을 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이용자라면 건설 슬롯을 늘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과금을 했다면 이 게임만의 독특한 시스템인 ‘은행‘을 이용해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과금을 통해 얻은 다이아를 은행에 맡겨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아를 오래 보관할 수록 이자율도 높다. 다이아를 최대한 쓰지 않으면서 플레이한다면 은행을 통해 계속 다이아를 불려나갈 수 있는 셈이다. 언제나 저축은 옳다. 

은행에 저축도 하고 탐험을 통해 어떻게든 자원을 악착같이 모아야 한다. 
은행에 저축도 하고 탐험을 통해 어떻게든 자원을 악착같이 모아야 한다. 

이 게임을 하다보면 정말 바쁘다. 각종 건물들을 업그레이드해 생존자들의 여러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고 음식이 부족하지 않게 사냥도 가야 한다. 오랫동안 게임을 방치하면 여러 군데서 문제가 생긴다. 노후한 건물에 불만을 제기하는 주민도 생기고 발전에만 집중하다가 주민들이 지쳐 아프기도 한다. 문제없이 마을을 이끌어나가려면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생존에만 열중하다보면 느낄 수 있는 고립감은 연맹 시스템이 해소해준다. 연맹에 가입하면 건설 과정에서 도움을 얻을 수도 있고 동료들과 대화도 할 수 있다. 빠른 성장을 원한다면 연맹 가입은 필수다. PVP 시스템 역시 연맹을 통해 즐길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연맹 전쟁을 통해 영토를 넓히고 보상을 나누게 된다. 

연맹에 가입하면서 전 세계 이용자들이 게임을 통해 상호작용한다는데 놀랐다. 대부분의 게임이 국가별로 서버를 나누는 것과 달리 이 게임은 한 서버 안에 여러 국가의 이용자들을 섞어놓았다. 덕분에 채팅 창을 보면 여러 언어들이 뒤섞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번역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언어 장벽 없이 해외 이용자들과 교류할 수 있다. 

연맹 시스템을 통해 여러 국가의 유저들과 교류할 수 있다. 채팅 창에서도 여러 언어들이 발견된다. 
연맹 시스템을 통해 여러 국가의 유저들과 교류할 수 있다. 채팅 창에서도 여러 언어들이 발견된다. 

언어 장벽을 해소한 것과는 별개로 현지화는 다소 아쉽다. 영웅의 등급을 올리는 메뉴에 ‘성급업‘이라고 표현돼 있다. 성급함을 올리겠다는 것도 아니고...이 부분은 ‘등급업‘이라고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서버별로 활성도의 편차가 큰 점을 놓고서도 이용자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도시섭‘에 해당하는 이용자들은 모든 콘텐츠를 쉽게 즐길 수 있지만 어쩌다 ‘시골섭‘에 배정된 이용자들은 큰 규모의 콘텐츠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향후 서버 통합 등의 방법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금을 꼭 해야할 필요는 없지만 자꾸 과금을 권유하는 것도 플레이를 조금 귀찮게 만든다. 마치 외국 먹자골목에 들어가면 호객행위가 너무 심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끊임없이 과금을 권유하는 내용의 팝업이 뜬다. 물론 과금의 효율은 좋지만 팝업의 빈도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게임은 ‘프로스트펑크‘를 모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설정이나 여러 요소들을 살펴보면 비슷하단 느낌이다. 다만 ‘프로스트펑크‘가 PC 게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큰 논란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컴투스가 ‘프로스트펑크‘를 모바일 환경으로 이식한 신작을 준비하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하다.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이 모방에 대한 비판을 불식시키고 동등한 경쟁을 펼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차별점을 다수 마련해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산 게임의 성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 게임이 출시될 때만 해도 비주류였던 장르를 단숨에 글로벌 시장에서 주류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 게임은 매출 순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MMORPG가 아니어도 흥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게임사가 자원봉사단체는 아니지만 일단 모두에게 재밌는 콘텐츠를 내놓은 뒤에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지갑을 열게하는 것이 모범답안이 아닐까.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생존 게임답게 혹독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뜨겁게 생존해냈다.

곳곳에 배치된 스토리 요소들은 읽는 재미를 준다.
곳곳에 배치된 스토리 요소들은 읽는 재미를 준다.

한줄평: 원조 논쟁을 맛 하나로 종식시키는 먹자골목 원탑. 

별점: ★★★☆ (★5개 만점, ☆는 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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