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항공사 출범 후 유럽·미주서 주 69회 노선 독점 우려···티웨이항공 ‘유럽’, 에어프레미아 ‘미주’ 노선 대응 가능해
LCC “외항사보다 국적항공사에 우선 배분해야”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가까워지면서 독과점 논란이 재발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저비용항공사(LCC)가 독과점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사 통합에 따른 독점 노선을 LCC에 재분배할 경우 독점 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국내 항공 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선 이르면 다음 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관련, 미국과 영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양사 통합에 따른 독점 우려가 높은 미국과 대표 유럽 노선인 영국에서 합병이 승인될 경우 유럽(EU), 일본, 중국도 연이어 기업결합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 기업결합을 승인한 곳은 현재 필수 신고국가의 경우 한국, 터키, 태국, 대만, 베트남이며 임의신고국가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까지 9개국이다.
통합 항공사 출범에 가장 큰 걸림돌은 독과점 문제다. 국내 최대 항공사이자 대형항공사(FSC)의 합병인 만큼, 양사 통합으로 인한 독과점 논란은 합병 초기부터 계속됐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사가 합병할 경우 유럽·미주 등 노선에 대해 주 183회 중 69회를 포기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파리 노선을 주 12회 운항해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점유율을 50% 아래로 내리기 위해선 주 3회 운항을 포기해야 한다. 또 프랑크푸르트(68%), 로마(75%), 런던(66%), 바르셀로나(100%) 노선도 각각 주 4회, 3회, 4회, 4회씩 다른 항공사에 배분해야 한다.
미주 노선의 경우 점유율이 100%인 인천~뉴욕에서 주 11회, 64%인 시애틀은 2회, 100%인 LA(로스앤젤레스)에서 14회, 69%인 샌프란시스코는 7회, 83%인 호놀룰루에선 10회를 나눠줘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항공사가 슬롯을 얻지 못할 경우 통합항공사가 슬롯을 제공하는 것일 뿐, 해당 노선 운항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통합 후 경쟁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주요 중장거리 노선에 국내 항공사를 위한 진입 여건을 마련했으며, 장거리 운항 의지가 있는 국내 LCC를 대상으로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 중장거리 경쟁력 강화
앞서 언급했듯 양사 통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는 합병 초기부터 제기됐다. 합병 초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운항하는 143개 국제선 중 양사 통합으로 인해 점유율이 50%를 넘는 노선은 32개(22.4%)로 파악됐다.
특히 미주 노선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점유율을 살펴보면 대한항공 51%, 아시아나 24%으로 총 75%에 달한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맺은 델타항공(11%)까지 더하면 86%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이에 양사 합병에 따른 독과점으로 가격 인상 및 서비스 품질 저하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컸으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일부 LCC가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은 올해부터 에어버스사의 중대형기 ‘A330-300’ 3기를 도입하며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A330-300 도입을 통해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 벗어나 호주 시드니, 크로아티아, 호놀룰루, 싱가포르 등에도 취항할 계획이다. 또한 화물 운송도 장거리 지역으로 넓혀 나가며 화물 사업을 확대한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재배분될 중장거리 노선 운수권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A330-300 항공기 도입행사에서 “운수권이 재배분될 경우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파리, 로마, 런던, 이스탄불, 바르셀로나 등 유럽 노선”이라며 “이 노선은 양사 통합에 따른 재배분이 없었다면 50년을 기다려도 얻을 수 없었던 운수권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티웨이항공은 내년부터 평균 3~4대의 중대형기를 추가 도입하며 오는 2027년까지 대형기 20대, 중소형기 30대 등 총 50개 기단을 확보할 계획이다.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노선 대체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보잉사의 차세대 항공기 ‘B787-9’ 2호기를 도입하며 인천~LA 노선에 오는 29일부터 취항한다. 에어프레미아는 오는 2025년까지 해당 항공기를 10대까지 확보해 장거리 노선을 중점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에어프레미아는 기존 FSC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며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인천~LA 노선 왕복 항공권을 이코노미석 기준 최저 87만원, 비즈니스급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최저 154만원부터 판매 중이다.
LCC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에 따른 운수권 및 슬롯 배분에 대해선 모든 LCC가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재배분을 받기 위해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면서 “정부 측에서도 외항사가 아닌 국적항공사에 배분될 수 있도록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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