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 경쟁당국 기업결합 승인 결정 유보키로···합병 불발 시 새 인수자 나타날 가능성 적어
첫 매각 때보다 재무구조 악화···부채비율 1만% 넘겨
대규모 고용 불안 문제에도 정부는 뒷짐···산은 회장 “플랜 B 없다”
최종 합병 무산 가능성은 낮아···대한항공, 경쟁당국 설득 위해 독과점 해소 방안 마련

대한항공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해외 경쟁당국에서 승인 결정이 늦어지면서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는 파산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진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 정부는 양사 합병에 대해 승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영국은 시정 조치를, 미국은 심사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영국 시장경쟁청(CMA)은 서울과 런던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밖에 없는데, 양사가 합병할 경우 독점으로 인한 품질 저하 및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법무부는 양사 기업 결합을 결정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기한을 연장했다.

대한항공 측은 “미국과 영국 모두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라며 “경쟁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향후 심사 과정에도 적극 협조해 잘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양사 통합 무산이라는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는 파산 위기에 놓일 수 있다. 대한항공과 합병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면 새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데, 인수 기업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지난 2019년 아시아나가 매각을 추진할 당시 여러 대기업들이 인수 기업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으나 최종적으로는 HDC현대산업개발, 애경그룹, 사모펀드 KCGI 등 3곳만 참여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오른 HDC현대산업개발도 매각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품에서 표류하다 산업은행 설득으로 대한항공이 지난 2020년 11월 인수를 추진하기로 했다.

게다가 아시아나가 처음 매물로 나왔을 때보다 재무 상황도 더 나빠졌다.

대한항공 인수합병 직전인 2020년 3분기 아시아나 부채는 연결기준 12조8386억원이며 부채비율은 2308%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상황이 항공업계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 3분기에는 부채 13조7471억원, 부채 비율은 1만298%에 달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자본잠식률도 2020년 3분기 50.18%에서 지난 3분기에는 64.12%로 높아졌다.

코로나19 완화로 여행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과 함께 아시아나 자체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으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된 데다 여객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대규모 자금 투입 없이는 반전을 꾀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특히 아시아나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상당했으나, 중국 정부가 아직까지 하늘길을 열고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타격이 더 크다. 2019년 3분기 기준 아시아나의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은 19%로 미주(2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올해 3분기에는 중국 매출 비중이 2.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아시아나 입장에선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통한 자금 유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앞서 아시아나 인수를 위해 계약금 3000억원, 전환사채 3000억원, 중도금 4000억원 등 총 1조원을 지불했으며, 인수가 확정되면 추가로 1조4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아시아나가 파산할 경우 대규모 실직 사태도 예상되는 만큼 정부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아시아나 직원은 8500명 수준이며 자회사, 협력업체 등까지 고려하면 수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양사 통합과 관련해 “현재는 플랜 비(B)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며 “합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대한항공이 독점 노선을 포기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아시아나를 인수하느니, 차라리 아시아나 파산 이후 자연스레 나올 슬롯이나 노선 등을 추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의 인수 의지가 확고하고, 아직 해외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만큼 상황을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조원태 회장은 기업결합 관련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양사 통합을 위한 설득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최종적으론 미국과 영국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 기업결합을 승인할 당시 독점 우려 노선 및 슬롯을 경쟁 항공사에 이전해야 한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 내부적으로 독점 노선 및 슬롯에 대해 타 항공사가 진입할 수 있도록 여러 항공사들과 접촉해 이전 여부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합병을 반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독과점에 대해선 이미 여러 대응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며 “오히려 중국 측이 설득하기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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