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 공정위 심사 당시 때부터 합병 과정 험난
반도체 등 사례와 같이 적극적인 외교적 지원 필요···“국가 기간산업인만큼 규제보다 지원에 방점 찍어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미국 경쟁당국이 심사를 미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정부가 항공업계와 더 파트너십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기간 산업임에도 반도체, 배터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과정을 들여다보면 국내에서부터 만만치 않았다. 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기업결합 심사가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첫 단추를 끼는 것조차도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공정위 심사가 이뤄져야 다른 경쟁당국들도 심사에 나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난 후 공정위는 합병 승인을 하면서 이번에는 여러 조건들을 내세웠다.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 등이었는데, 이때부터 두 회사 합병에 다소 엄격한 조건을 내건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결국 수익성, 점유율이 높은 노선들을 재배분 하게 되면서 통합 시너지는 자연스레 약해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국가별로 항공사들이 대형화되고 있는 것이 추세이고 국가 규모로 볼 때 대형항공사(FSC)가 1개사인 경우가 일반적인데도 지나치게 족쇄를 채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한 업계 인사는 “합병을 하고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다른 국가에서 찾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조건인데, 여기에 다른 조건까지 더 붙여 합병 시너지를 내기 어렵게 했다”고 전했다.

항공업은 높은 수익성을 내진 않지만 국민의 이동권과 물류 등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가 기간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극단적으로 보면 한 국가에 항공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철저히 외항사들의 운항 및 가격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지원과 육성이 더 절실하다.

다만 현재까지 과정을 보면 자국 항공사간 합병인데도 정부는 지원보다 규제에 방점을 찍은듯 보인다. 반도체, 배터리 등과 비교하면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나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종 관문인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의 외교적 지원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합병 당시 조건을 붙였던 공정위의 결정이 해외에 나가서 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며 “항공산업은 규제만 잘하면 된다고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기업을 지원하는 자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그 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대량 실직이 사실상 불가피하고 족쇄를 채우는 울며 겨자먹기’ 식 합병이 이뤄지면 통합 항공사로선 시너지보다 경영상 부담을 떠안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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