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승인 이후 6개월 흘렀지만 해외당국 승인 소식 ‘깜깜’
美, 유나이티드항공 반대에 심사조건 까다로워져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 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깜깜 무소식이다. 해외 주요 경쟁당국이 양사 통합으로 인한 독과점 및 외국 항공사들의 반발을 의식해 기업결합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하기 위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영국, 호주 등 6개국으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는 중이다. 양사가 통합하려면 필수 신고국가인 미국, EU, 일본, 중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중 한 곳이라도 기업결합을 거절하면 양사 통합은 무산된다. 현재 양사 통합을 승인한 곳은 터키, 태국, 대만, 베트남, 대한민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9개국이다.
대한항공은 해외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꾸렸다. 또 해외 경쟁당국 심사 상황을 총괄할 글로벌 로펌 3개사를 비롯해 각국 심사를 대응할 로컬 로펌과 경제분석업체, 국가별 전문 자문사 등과 계약해 경쟁당국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기업결합심사 관련 자문사 선임비용만 35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최근 해외 현지를 직접 방문해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 관계자들과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연말까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사 통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지난 2020년 11월 결정된 이후 1년 10개월 가량 흘렀으나 핵심 국가인 미국, EU, 중국, 일본에선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공정위 결정 이후 합병에 급물살을 탈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으나, 그 이후 심사를 승인한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
미국, EU, 영국, 호주의 경우 통합 이후 독과점 우려 해소를 위해 신규 항공사 진입을 요구하고 있어 다른 항공사들 설득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미국은 양사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사가 통합될 경우 한국~미국 노선을 사실상 독점하기 때문이다. 미국 교통부 교통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전인 지난 2019년 한국~미국(편도기준) 노선 여객은 292만1433명이며, 이 중 대한항공을 이용한 여객은 149만71명으로 51%를 차지했다. 아시아나항공 점유율은 24%이며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맺은 델타항공은 11%로, 3개사를 더하면 점유율이 86%에 달한다.
국내 항공사 중 미국을 취항한 곳이 아직 없기 때문에, 외항사만으로는 견제가 쉽지 않다. 추후 에어프레미아가 미국 취항을 앞두고 있지만, 실어나를 수 있는 여객 숫자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양사 통합에 제동을 걸고 나선 점도 문제다. 업계에선 유나이티드항공이 최근 미국 경쟁당국에 양사 통합에 문제를 제기한 이후, 심사 조건이 더 까다로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나이티드항공의 경우 글로벌 항공 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의 주축 멤버인데,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인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으로 인해 동맹체에서 탈퇴하게 될 경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한편 양사 통합 일정이 길어지면서 내부에서도 합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경우 굳이 기존 노선을 포기하면서까지 합병할 만큼 통합 시너지가 클 것인가를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초 양사 통합 시 국제선 26개, 국내선 8개 노선에 대해 국내 공항 슬롯을 반납할 것을 조건부로 내세웠다. 런던, 파리, 로마, 이스탄불, 프랑크푸르트 등 11개 운수권도 반납해야 한다.
반납 대상인 슬롯과 운수권 대부분 수익이 높은 노선이기 때문에 합병 시너지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최근 화물사업을 바탕으로 흑자를 내면서 인수합병 없이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565억원 흑자를 냈으며, 올 1분기에도 1769억원 흑자를 내며 1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