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씽크빅 이사회서 넷마블 우선협상자 통과···벤처업계 “공격적 M&A이지만 사업 호환 우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1세대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게임사 넷마블이 국내 렌털중견기업 웅진코웨이 인수에 나선다. 넷마블은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게임 산업에 이어 미래먹거리로 ‘구독경제’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벤처업계에서는 현금흐름을 안정화 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선과 함께 비게임 분야에 대한 투자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14일 웅진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웅진코웨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넷마블을 선정했다. 웅진그룹은 보유 중인 웅진코웨이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25.08%을 매각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현금 자산 1조8600억원가량을 지분 매각에 쓸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을 통해 “당사는 웅진코웨이의 지분매각 본입찰에 참여했으며 매각주관사로부터 당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음을 통보받았다”며 “향후 동사항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사항이 있을 경우 즉시 공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 중 넷마블은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 가전기구 렌털 1위 기업이다. 당초 지난 10일 진행된 웅진코웨이 매각에는 SK네트웍스, 중국 가전회사 하이얼, 사모펀드 베인캐피탈, 칼라일 등 4곳의 참여가 유력했다. 하지만 SK네트웍스와 칼라일, 하이얼 등이 본입찰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넷마블이 인수전에 새롭게 등장했다.

많은 1세대 벤처들이 몸집을 키우면서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가운데 넷마블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법을 펼치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1월에도 넥슨 인수를 위해 자금 10조원 이상을 조달한 바 있다. 하지만 넥슨 인수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넷마블은 비게임부분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0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을 사들였다. 이밖에도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블록체인 기업 ‘클레이튼’, 플랫폼 기업 ‘패션인테크’ 등에 투자했다. 그러나 초기 투자로서 수익성은 부족한 상황이다.

넷마블 측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확보한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IT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가전 렌털사업에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사업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20년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등 콘텐츠 구독경제를 넘어서 정기 배송, 임대 등 실물 구독경제가 급부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벤처 업계에서는 넷마블이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춰 비게임 관련 사업을 인수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이 전통적인 가전 렌털 사업과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다.

벤처 업계 한 관계자는 “넷마블의 이번 M&A는 적자를 이어왔던 기업이 안정적인 수익흐름을 내기 위한 딜이라고 생각한다”며 “구독경제에 뛰어든다고 하지만 가전가구를 임대하는 전통사업에서 미래먹거리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사업과 렌탈사업의 시너지가 쉽게 예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M&A에서 아쉬운 점"이라며 "게임사업이 가구보다는 개인 중심일 뿐만 아니라 주력 연령층이 20∼40대 남성층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당장 스마트홈의 주력 가구층과 달라 스마트홈과의 시너지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안 연구원은 이어 "지난번에 추진했던 넥슨 인수나 기존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게임 사업과 연관성이 있는 M&A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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