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제외 경제단체도 언급 꺼리는 분위기…삼성그룹 경영 미칠 영향은 평가 엇갈려
결론은 ‘뇌물제공 인정’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대기업과 경제단체들은 사안의 민감성 탓인지 선고 결과에 대해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이며 비교적 담담히 상황을 받아들이는 기류도 엿보였다.
다만 일정한 온도차도 눈에 띄었다. 비상장사 등 비(非)대기업 일각에서는 법원의 유죄판결이 기업활동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으리라는 시각도 있었다. 이 부회장 부재가 경영에 별다른 변수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25일 오후 나온 선고와 관련해 상당수 대기업 관계자들은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간 삼성그룹 뿐 아니라 재계서는 이번 판결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 기자들을 만나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향배와 선고결과를 대화소재로 꺼내는 이들도 많았다. 대다수 대기업들이 국정농단 정국에 연루된 터라 비(非)삼성그룹이 아니라도 이번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탓이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다보니 선고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려는 모습이 뚜렷했다.
경제단체들이 침묵을 지키는 점도 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고 직후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단체들은 별 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한상의는 문재인 정부와 재계의 소통 창구 노릇을 하고 있다. 전경련은 국정농단사태의 당사자라 선뜻 입장을 내기 곤란한 측면이 크다.
단지 한국경영자총협회만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글로벌 기업인만큼 이 부회장의 장기공백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히 우려된다”면서 “삼성이 쌓아온 브랜드가치 하락과 투자·신규채용 등 주요 사업계획 차질은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 우리경제 전반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사안의 민감성 탓에 구체적 발언을 삼가긴 했지만 크게 놀랍지 않다는 기류도 엿보였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재계 안팎에서 이번 재판과 관련해 ‘유죄’ 선고에 무게가 기울었기 때문에 크게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면서 “다만 정부도 바뀐 상황에서 국내서 가장 유력한 기업인이 뇌물죄로 처벌받은 모양새라 반(反)대기업 정서가 더 커지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부회장 선고를 앞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징역 5년에서 7년 사이 유죄설이 간헐적으로 흘러나왔었다. 이 부회장 선고 결과가 박근혜 전 대통령 선고와도 얽힌 탓에 무죄선고가 사실상 어렵다는 기류를 읽은 셈이다.
물론 재계 시각이 통일된 상태로 형성돼 있는 건 아니다. 미묘한 온도차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자산규모 20위권 내 기업 관계자들은 오너 부재 탓에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애를 먹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앞서 살폈듯 경총 역시 오너 부재에 따른 경영리스크로 초점을 맞춘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이 울타리 바깥으로 나가면 전혀 다른 시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부회장 구속기간 중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글로벌 기업 삼성을 만든 먹거리를 찾는 데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반도체 초호황 덕에 매 분기 최대실적을 경신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 부회장 부재가) 그렇게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선고 직후 국내 한 비상장사 관계자는 “정권과 기업 간 유착을 처벌하지 않았더라면 도리어 여론을 더 자극했을 것”이라면서 “(이번 유죄 판결이) 국내서의 기업 활동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기업 시각과는 확연한 온도차를 나타냈다.
재계의 반응은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산규모와 현 국정농단 정국과의 연관성,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입장을 내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편 선고 직후 특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모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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