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위기 상황에 섣불리 대책 만들지 못해…장기화 시 부작용 우려
삼성그룹이 컨트롤타워 없는 경영을 해온 지 200일이 다 돼 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이 대법원까지 이어져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은 마땅한 대안을 세우지 못한 채 불안정한 경영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17일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삼성은 사실상 그룹 경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삼성이 미래전략실을 해체 하겠다고 선언한 2월 말부터 그룹 경영은 끝났다. 매주 수요일 열리던 그룹 사장단 회의도 폐지됐다. 계열사별로 각자 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지난 25일 법원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별한 반전이 없는 한 1심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단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재용 부회장이나 특검은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갈 전망이어서 총수 부재 상태는 계속이어 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총수가 누군가 전면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항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가 아직 법적 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에 다른 누군가가 나서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보여 눈 밖에 날 수 있는 일”이라며 “지금 삼성그룹 사장들은 튀지 않고 묵묵히 자기 계열사 경영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권오현 부회장이 그룹을 대표하는 주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기업인의 대화’자리에도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또 28일 사내 통신망을 통해 “지금까지 큰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일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며 직원들을 독려하는 등 회사의 어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역할 수행일 뿐, 장기적으로 볼 때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삼성이 선뜻 컨트롤타워를 구축하지 못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삼성이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그룹 경영을 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SK그룹과 같이 협의회 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을 거론하지만, 당장 그렇게 했다간 그룹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과 상충될 수 있다. 수요사장단 회의를 왜 폐지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선 너무 빨리 그룹 경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까진 삼성이 컨트롤타워가 없어서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다만 조직 역량과 자원을 분배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평소엔 그룹경영이 전혀 필요 없는 것 갖지만 만약 계열사 한 곳이 부실해 질 경우, 재원 분배를 제대로 안하면 그룹에 동맥경화가 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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