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운명 공동체로 거론되는 상황 이어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관련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거의 매일 쏟아지고 있다. 재계에선 이 같은 상황이 법리 싸움 결과와 상관없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최순실 씨와 법적으로 한 배를 타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여론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뇌물 공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둔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법원 앞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재용 부회장 유죄 및 무죄를 주장하는 보수, 진보 단체회원들이 모여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등 친박 단체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은 진보단체들에 맞서 이재용 부회장의 무죄와 석방을 주장하고 나섰다. 손에는 ‘조작 특검 박살내자!’와 같은 자극적 문구들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이재용 부회장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얼핏 보면 이재용 부회장 측에게 우군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갈등 중심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부정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재벌 총수들이 흔들리면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가 인정됐던 건 사실이지만, 기업이 보수냐 진보냐 하는 정치 갈등 프레임에 휘말리는 것은 이미지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보수단체들의 주장만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은 법적으로 같은 운명의 배를 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재용 부회장 측의 주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검사출신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 측은 강요에 의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돈을 줬다고 하고 있다”며 “이 말이 인정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강요로 기업의 돈을 뜯어낸 격이 돼 오히려 더 죄질이 더 안 좋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재용 부회장은 본의 아니게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도 계속해서 이름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
국정농단 재판이 길어질수록 삼성 기업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1심 판결이 나온 후 외신들은 일제히 삼성 기업 이미지 타격을 예상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의 세계적 명성과 장기 전략 수립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시나닷컴 역시 “이번 선고 이후 삼성 이미지에 나쁜 이미지가 반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 입장이라면, 총수 이미지 훼손을 일일이 생각할 수 없고 우선 법적 다툼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