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선고 과정서 삼성물산·삼성전자 변동폭 확대…"컨트롤 타워 부재로 타격" vs "업황 견조해 큰 영향 없을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죄 판결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주가가 요동친 가운데 삼성그룹주 향방에 투자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오너리스크가 주가에 장·단기적으로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삼성그룹주도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 내다본다. 반면 삼성그룹 상장사들의 업황이 견조해 총수 부재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과 관련해 부정청탁, 뇌물공여, 국외재산도피, 위증 등 혐의가 인정됐다.

이날 선고 과정에서 삼성그룹주가 요동쳤다. 특히 이 부회장 지분이 많아 경영권 승계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물산이 법원 발언에 따라 크게 움직였다.

삼성물산은 선고 초반 개별 현안에 대한 이 부회장의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원 발언이 나오자 3.32% 급등했다. 하지만 부정청탁, 뇌물공여 등을 인정하는 발언이 나오자 2.95%까지 내려갔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나오면서 전날보다 1.48% 떨어진 13만3500원에 마감했다. 이날 거래량은 107만주로 전날 32만8251주에서 대폭 늘었다.

삼성전자 역시 이날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05% 떨어진 235만1000원에 마감됐다. 이날 코스피가 전날보다 0.11% 오른 것과는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반면 삼성생명,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시총 상위 삼성그룹주는 각각 2.53%, 0.18% 올랐다.

이 부회장에 대해 1심 법원이 유죄라고 판단하면서 향후 삼성그룹주 운명에 대해서도 시장 이목이 쏠린다. 우선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지난해 등기이사로 올라서 경영 일선에 나섰다. 이후 약 9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실형으로 구속 상태에 있게 되면 경영감각이나 의사 결정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도 오너 부재는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컸다. 2013년 3월 15만원대이던 CJ그룹 주가는 같은 해 5월 이재현 회장 조세포탈, 횡령 혐의로 9만원대까지 떨어졌다. 2011년 한화 주가도 검찰의 김승연 회장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본격화 되자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같은 해 1월 3일 종가 기준 5만7100원이던 한화 주가가 12월 1일 종가 3만3150원으로 약 40% 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와 코스피에 중·장기적으론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입장도 존재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 업황이 중요하다. 과거 오너 법리 판단 문제로 이슈가 됐을 때 사업이 잘되는 구간에서는 주가가 추세적으로 휘말리진 않았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업황이 좋아 중장기적으로는 괜찮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단기적으론 차익 실현 빌미, 추가 매수 지연 등 영향이 있을 수는 있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전자 주가와 코스피는 올해 2월 28일 이 부회장 구속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했다. 이날 189만2000원으로 마감된 주가는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7월 20일 장중 역사상 최고가인 256만6000원을 찍기도 했다. 삼성물산도 2월말 12만원대에서 지난 7월 14만원으로 올랐다. 코스피 역시 2월 2000선에서 7월 2453.17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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