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해외출장', '증거인멸 ' 등으로 직접 조사는 시간 걸릴 전망

롯데그룹이 비자금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수사 핵심 인물 격인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신영자(74)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 검찰 조사에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오너 일가 중 가장 먼저 수사 대상에 올랐다. 1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가 신 이사장을 수사 선상에 올린 것은 지난 4월이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난 현재 검찰은 증거 불충분 등으로 신 이사장 소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 이사장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된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3일 브로커 한모씨(58)가 정 대표의 로비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신 이사장에 대한 수사는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한씨는 검찰 조사에서 신 이사장과 관련된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검찰은 신 이사장과 정 대표가 BNF통상이라는 회사를 통해 금품을 거래한 것으로 보고 사무실을 덮쳤다. BNF통상은 2014년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컨설팅을 해주고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매장 수익의 3%를 받기로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역시 증거는 인멸된 상태였다. 당시 BNF통상은 압수수색 전 전자문서를 모두 삭제하고 서버 하드디스크까지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구속된 BNF통상 사장 이모씨를 상대로 관련 내용을 계속 캐묻고 있다. 또 검찰은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중 신 이사장과 관련된 내용은 없는지 확인 중이다.

신 총괄회장을 직접 조사하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 총괄회장이 병원에 장기 입원하고 있는 까닭이다.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이상은 없다"고 밝혔지만 병원을 옮기면서까지 입원을 연장하자 당장 검찰 소환이나 대면 조사를 거부할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주치 병원처럼 드나들던 서울대병원을 떠나 서둘러 다른 병원으로 옮긴 것은 성년후견인(법정대리인) 지정 여부를 따지는 법원 심리를 앞두고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가 노출되는 것을 염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롯데그룹 본사(소공동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 등에서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집무실 겸 거처도 조사했다. 하지만 당시 신 총괄회장은 집무실에 없었다. 압수수색 바로 전날인 9일 신 총괄회장은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수일 동안 미열이 지속됐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절묘한 시점의 입원' 배경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해 11월 초에도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전립선비대증에 따른 감염 증상'이라는 확실한 병명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입원의 경우 병명이나 의학적 조치 등에 대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별다른 설명이 없고, 병원 안팎에서도 구체적 입원 이유에 관한 얘기가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더 특이한 것은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특별한 이유 없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입원 병원을 옮겼다는 점이다.

신 총괄회장은 18일 오후 2시께 서울대병원을 나와 아산병원으로 이동한 뒤 다시 입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인 SDJ코퍼레이션(회장 신동주)은 공식적으로 "고령으로 회복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소견과 가족의 요청으로 병원을 옮겼다"고 전원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많다는 게 재계와 의료계의 지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은 롯데그룹을 대상으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종로구 가회동 소재 신 회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신 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 여지를 남겨뒀다. 하지만 신 회장이 해외에 체류하면서 소환 등 직접적인 수사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회 장은 해외 일정을 마치고 이달 말 귀국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기간 자료를 분석하고 회계·재무 실무자와 사업 담당자를 소환하는 과정을 거친 뒤에야 책임자를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오너 누구를 부른다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롯데그룹은 복잡한 지배구조 탓에 책임자 선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계열사 간 거래로 인한 배임이나 비자금 조성에 따른 횡령 혐의 윤곽을 그리더라도 신 회장을 불러낼 시간과 명분이 부족해질 수 있다. 실제 검찰이 확보한 신동빈 회장의 개인 금고에도 이렇다 할 혐의 관련 자료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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