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속전속결 규제완화로 롯데에 길 터줘 '의혹'
롯데칠성음료가 검찰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롯데의 주류사업 진출 당시 정부가 단행한 주류 제조업 면허기준 규제완화가 수사쟁점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당시 자료를 살펴본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제16, 17차 국가경쟁력강화회의에서 규제 완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됐다.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같은 주장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1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는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상사, 롯데닷컴, 코리아세븐, 롯데알미늄, 롯데제과 등 계열사 10곳을 포함해 총 15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이중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주류사업 진출 과정이 주요 수사대상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가 단행한 주류 제조업 면허기준 규제완화와의 관계를 살펴보겠다는 심산이다.
주류 제조업 면허는 신규 발급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신규진출을 원하는 사업자는 매물로 나온 기존 업체를 인수하는 데 사력을 집중한다. 최근 이마트의 제주소주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주류사업 진출을 노리던 롯데는 2005년 진로 인수전에 뛰어들며 지속적으로 시장 문을 두드렸다. 신동빈 회장이 정책본부장에 오르며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4년이다. 주류사업 진출이 신 회장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까닭이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당시 신 회장이 노리던 매물은 두산주류BG(Business Group)와 오비맥주였다. 결국 롯데칠성음료는 2009년 ‘처음처럼’을 생산하던 두산주류BG를 5030억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롯데칠성이 두산주류BG를 인수해 주류사업을 전담할 자회사로 ㈜롯데주류BG를 설립하는 형태였다.
당시 인수는 영업권을 사고파는 거래여서 주류면허 재발급을 받아야 했다. 다만 재발급이 신규 취득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같은 해 5월 오비맥주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사모펀드인 콜버스 크라비스 로버츠(KKR)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신규 사업 진출 형식으로 시장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면허였다. 당시 국세청 규정에 따르면 맥주는 연간 1850㎘ 이상의 제조시설을 갖춰야 했다. 500㎖ 기준으로 370만 병 규모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 정부 차원에서 규제완화 논의가 본격화됐다. 2009년 8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16차 회의가 촉발점이다. 당시 회의에는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했다. 회의를 주재한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실세로 꼽힌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16차 회의 안건 중에는 ‘우리 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주로 전통주 시장을 겨냥한 진흥책이 담겨있다. 다만 당시 보고서 말미에 나온 ‘술 생산규제 완화’ 소챕터에는 소주와 맥주를 포함한 일반 주류의 생산시설 용량기준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주장 밑에는 일본의 경우 시설기준에 대한 제한은 없고 최소생산량만 규제한다는 내용도 적혀있다.
역시 대통령이 참석한 9월 29일 열린 17차 회의에서는 주류 제조업 면허 규제완화 논의가 본격화됐다. 회의 직후 국가경쟁력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2010년 12월 31일까지 주류 생산시설 용량기준을 대폭 완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경쟁력은 있으나 자본이 부족한 주류제조자의 신규진입이 촉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도 주류 제조업 면허 규제완화 필요성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2010년 8월 19일 발간된 공정위 보고서 ‘주류산업과 경쟁정책’을 보면 “제조시설 기준이 과도하게 높게 설정되어 신규진입을 저해했다”며 국가경쟁력위원회와 거의 같은 골자로 규제완화를 주장했다.
결국 정부는 2011년 맥주 제조면허 위한 저장시설 기준을 1850kL 이상에서 100kL 이상으로 완화했다. 롯데는 이듬해인 2012년 3월에 맥주 제조면허를 취득하고 2012년 7월에 충주 맥주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충주시와의 협약이 체결된 시기는 이보다 앞선 1월이다.
롯데는 이듬해 12월에 준공이 완료된 충주 공장을 통해 맥주 생산에 들어가 2014년 4월 ‘클라우드’를 출시했다. 클라우드는 출시 1년 동안 1억4000만병을 판매하며 맥주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