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과다 지급함으로써 2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뉴스1

 

 

 

롯데케미칼이 지난 2010~2013년 석유화학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중간업체인 일본 계열사에게 대금을 과다하게 지급하는 거래를 통해 200억원대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의 가격조작 정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롯데는 한국에서 벌어드린 수익을 일본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롯데케미칼의 해외 계열사와 이전가격 조작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14일 롯데케미칼 등 10개 계열사를 포함 총 15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2010년부터 약 3년간 200억원대 해외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한 수사와 더불어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의 관여가 있었는지 여부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1990년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에 상무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롯데케미칼은 신 회장의 재직기간 동안 화학업계 선두로 성장하는 등 경영활동의 요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연유 탓에 업계는 신 회장의 비자금 의혹 중심에 롯데케미칼이 있다고 분석한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홍콩에서 부다티엔, 열분해가솔린(Py-Gas) 등 원료를 수입하면서 일본 롯데물산을 중간거래 회사로 활용했다. 직수입을 하는 대신 이 방법을 이용하면 중간업체는 이익을 쉽게 이전 시킬 수 있다. 업계는 일본 롯데물산에는 실제 원료가 이동하지 않는 중개거래 형태이고 거래단계에서 가격이 부풀려졌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문성환 안세회계법인 대표 회계사는 “물품이 실제이동하지 않은 중개거래 형태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중개거래업체는 마진이 크지 않은데 가격이 조작됐다면 이익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계열사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조작해 이익을 이전하는 이른바 이전가격조작 행위는 다국적기업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탈세행위다. 하지만 거래단계를 모두 들여다 봐야하고 정상가격과 비교해 탈세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조작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술과 시간이 필요하다. 신 회장의 비자금의혹 수사의 장기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이유다.  

 

국세청 관계자는 "액수나 대상기업의 크기에 따라 조사기간이 천차만별이다. 다국적기업의 이전가격 조사는 현지에 직원이 출장을 가기도 하기때문에 몇달씩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의혹에 대해 롯데케미칼은 15일 “사실과 매우 다르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롯데케미칼은 1997년말 외환위기 당시 한국기업들이 신용장(L/C)조차 개설이 불가능할 정도로 신용도가 낮아 일본 롯데물산의 신용도를 활용함으로써 보다 싼 이자를 지불하고 어음 무역 거래를 하기 위해 일본 롯데 물산에 수입 대행을 맡겼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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