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칼럼
[思無邪] 한국 경제정책 방향성 ‘시계 제로’
  • 이철현 기자(lee@sisabiz.com)
  • 승인 2016.02.16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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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불안요인 지켜만보고 선제적 조처 없어

 

동북아 3개국이 악전고투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경제가 일제히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각국 통화 당국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경제 지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중국과 일본은 산업 구조개혁, 양적완화, 수요 확대 등 정책의 방향성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또 탄력적 유동성 공급, 마이너스 금리 등 과감한 조처도 도입하고 있다.

 

 

국제 금융 불안정으로 단기적으로 가장 크게 흔들리는 곳은 일본이다. 엔화 가치는 15일 달러당 113.8원까지 치솟았다. 연초 달러당 130엔였던 것을 감안하면 폭등세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와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엔화를 매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일본 총리 장담과 달리 펀더멘탈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4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 줄었다. 경제 전문가들이 예상한 -1.2%보다 감소폭이 컸다.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 위축이 치명적이었다. 지난해 4분기 소비는 3.3% 줄었다. 아베 일본 내각이 4년간 양적완화 정책을 실행했음에도 소비진작에 실패한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소비진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봄 임금인상 폭을 키워 유효수요를 늘릴 방침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2주 전 기준금리를 -0.1%로 하향 조정했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또 물가상승율을 2%까지 올린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중국도 일본과 비교해 크게 나을게 없다. 중국 1월 수출은 11.2%(달러화 기준) 줄었다. 시장 예상치 3.6%를 크게 하회했다. 수입은 18.8%나 빠졌다. 당초 1.8% 줄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을 무색케 했다. 전 세계적 수요 감소 탓이다. 심지어 중국발 세계 경제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 식으로 산업구조 개혁에 몰두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대규모 부양책은 지양하고 시장 변동에 따라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환율 방어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다.    


저우 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수출 늘리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할 뜻이 없음을 공언했다. 그 덕인지 15일 위안화 가치는 조지 소로스 등 국제 투기 세력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1.2%나 치솟았다. 중국이 외환거래 자유화를 도입한 2005년 이래 하루 최대 인상폭이다.


한국 사정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 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8.5%나 빠졌다. 유가하락 탓에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준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휴대전화, 철강, 반도체, LCD 등 주력 수출 품목이 맥을 못추는 건 심각하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기준금리를 연 1.5%로 8개월째 동결했다. 경제불안 요인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없지 않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하고 자본 유출까지 걱정해야 하는 터라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 와중에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이슈에만 빠져있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무책이 상책’이라 작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세계 경제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보고서만 내고 있다.


정책 당국은 진단하거나 지켜보는 곳이 아니다. 경제 현황을 냉정하게 파악한 뒤 정책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맞게 세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곳이어야 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6일 “비통상적 통화정책을 구사할 시기가 아니다”며 “통화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라면 통화정책의 방향성은 제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은행이 추구하는 통화정책의 방향을 모르겠다. 지켜보기는 정책이 아니다.  

 

이철현 기자
이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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