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고의성·손해 있어야 처벌...민사적으로 구상권 청구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지난달 11일 무죄를 선고 받으며 배임죄 논란이 거셌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법원과 검찰의 기싸움 양상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법원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확전은 피했지만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배임죄는 법조계와 재계에선 오래 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법조계에선 강 전 사장 사건처럼 법원과 검찰이 해석을 두고 다른 모습을 보인다. 재계는 경영판단을 하지 못하게 한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법원은 대체적으로 배임죄에 대해 고의성을 띄고 실제 손해를 끼쳤을 경우를 유죄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명박정부 시절 공기업들은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퍼부었다.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에서 수자원공사는 8조원의 빚을 졌다. 자원외교에 나섰던 한국가스공사, 석유공사 등도 각각 수천억원 손해를 봤다.

 

정권실세가 회장 인사에 개입했던 포스코도 정준양 회장 시절 경영상황이 매우 부실해졌다. 정 회장은 성진지오텍 인수와 관련한 배임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을 포스코플랜텍과 합병까지 시키는 극약처방까지 했지만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검찰은 4대강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에 대한 배임혐의 고발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대법원도 4대강 사업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국민 혈세를 쏟아 붓는 국책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정부와 다수여당이 사업을 강행하는 경우 사법적 통제는 불가능해졌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6개월에 걸친 자원외교 수사를 통해 강 전 사장 등 3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이 중 혐의액수가 가장 컸던 강 전 사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법조계 인사는 "정권 입맛에 맞게 투자했다지만 고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 이유가 무엇이겠나"고 무죄 판결을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도 "경영 실패를 형사처벌한다면 어느 누가 경영자가 되려고 하겠는가"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형사처벌에 대한 찬반을 논외로 하더라도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한다. 경영진 욕심으로 빚어진 손실에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상황이 재발해선 안 된다. 형사처벌이 아닌 경우 대안으로 제시되는 건 구상권 청구이다. 시민단체들은 지속적으로 4대강과 자원외교에 대해 구상권 청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미온적이다. 형사 처벌 이외에 기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정부의 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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