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롯데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대신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직접 신동빈 회장 측을 공격하며 싸움이 '부자 간'으로 확대된 듯한 양상이다. 자신의 생일에 집무실을 방문한 신 회장을 타박한 것은 물론 신 회장 등 롯데 계열사 경영진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형사고소까지 했다.

신 총괄회장의 이같은 말과 행동이 (신 전 부회장 측을 통해) 언론에 공개될때마다 롯데그룹 측은 '자의적인 판단인지 의심스럽다'는 식의 대응을 이어왔다.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에 대해 소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창업주 건강상태 언급에 매우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이에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가 이상없다며 대응을 계속했다. 지난 10월16일 두차례에 걸쳐 취재진 일부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위치한 신 총괄회장 집무실로 불러들여 인터뷰했다. 취재진들은 대체적으로 '건강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판단력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 법정에서다. 신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를 상대로 제기한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 무효소송' 첫 재판에서 롯데홀딩스 측이 "소송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변호사에게 위임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신 총괄회장 판단력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담당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증거자료 제출을 명령한 상태다.

롯데그룹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신 총괄회장이 자신의 중국 투자 결정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판단력 이상 주장을 되풀이했다. 롯데쇼핑 측 변호인은 지난 7월27일 신 총괄회장이 일본 도쿄 롯데홀딩스 사옥에서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 같은 롯데그룹 측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는 시사비즈와 통화에서 "신 총괄회장 건강상태 언급은 지난 8월 여러 매체를 통해 나왔다. 신 총괄회장이 치매약을 드시고 계신다는 얘기였다. 그게 처음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그는 "롯데 측이 어떤 때는 신 총괄회장에게 IPO 승낙을 받았다거나 롯데타워 방문을 언급하다가 갑자기 건강이 안 좋다고 한다"며 "일관성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법원 담당 재판부가 어떤 입장을 내리든 공방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건강상태를 명쾌히 판단하더라도 양쪽 모두 이를 쉽사리 수긍할지는 미지수다. 재판부의 수용여부와 상관없이 반박 증거, 재반박 증거 등이 언론을 통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또 재판부가 건강상태에 대한 명쾌한 판단 대신 소송 계속 여부만 결론 낼 경우에도 '판단력 이상 여부'에 대한 공방은 계속될 것이다.

결국 필요한 건 신 총괄회장 판단력에 대한 공개검증이다. 신 회장 측과 신 전 부회장 측이 사전합의 하에 복수 의료진을 정하고 이에 승복하기로 하면 된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어느 한쪽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부분에 대한 명쾌한 결론이 나지 않으면 롯데 경영권 분쟁 싸움은 더 이전투구 양상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제 양측이 분쟁의 실타래를 푸는 노력에 들어가야 한다.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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