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경제 붕괴 우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에 실패하면서 국제 유가가 2009년 2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2.32달러(5.8%) 떨어진 배럴당 37.6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6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수준이다.

영국 런던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선물시장의1월 인도분 브렌트(Brent)유도 2.29달러(5.3%) 내린 배럴당 40.71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 원유 가격의 지표가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추락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8일 2016년 2월 인도분 두바이유의 가격은 배럴당 35.9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날 오후가격보다 2.30달러가 내렸다. 

◇달러 강세·OPEC 생산량 감축 실패 겹쳐 유가 곤두박질

산유국이 생산량을 줄이지 못해 원유 값을 끌어내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례회의를 갖고 산유량 감산에 논의했지만 회원국간 이견이 표출되면서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압달라 살렘 엘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좀 더 정확한 수치가 정해지면 원유 감산을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셰일가스 생산, 이란 원유수출 재개 등 원유 공급 요인이 넘쳐나는 와중에 OPEC마저 생산량 감축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당분간 공급 과잉에 따른 국제 원유값 하락세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달러화 강세도 원유 값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강력하게 밝히고 있다. 유럽과 일본이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중국이 경제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달러화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달러화 강세는 원자재 값 하락으로 이어진다. 대표 원자재인 원유도 예외가 아니다. 

산유국·신흥국, 무역수지·재정수지 최악

원유 값이 떨어지면 신흥국과 산유국의 무역수지와 재정수지가 나빠진다. 

러시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이틀간 9.14bp포인트(1bp=0.01%) 뛰어 294.14bp까지 치솟았다. CDS는 채권 발행 국가가 부도나면 원금을 돌려받는 금융파생상품이다. 국가 부도 위험도가 올라가면 CDS 프리미엄도 뛴다. 브라질 CDS 프리미엄은 457.00bp로 9.51bp포인트 급등했다. 멕시코는 167.55bp로 7.55bp포인트 치솟았다.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올해 적자는 13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9.5%에 이른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지난 1년 새 외환보유고에서 915억 달러를 인출했고 매달 53억 달러 규모 국채도 발행했다. 

산유국 상당수가 재정적자 위기에 처했다. 산유국이 투자를 회수하면 신흥국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엎친데덮친격으로 달러화가 강세다. 달러화 강세는 원자재 값 하락으로 이어지는데 신흥국 상당수가 원자재 수출에 목매고 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남미나 중동, 아프리카처럼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제여건이 나빠지면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며 “선진국 투자자가 (신흥국에서)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면 신흥국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값도 달러 강세 기조 탓에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물 금 값은 전 거래일보다 8.90달러(0.8%) 내린 온스당 1075.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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