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가 경기 부양' 옛 말…일자리 창출 효과도 떨어져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동호리에 위치한 양양국제공항. 영동권 거점 공항을 표방하며 2002년 문을 연지 14년이 지난 2015년, 이 곳은 적막하기만 하다. 연간 4만3000편의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하루 한 두 차례 국제선 비행기가 오갈 뿐이다.

9일 양양국제공항의 '11월 운항 시간표'에 따르면 이달 한 달 동안 42편이 양양공항을 이용한다. 그나마 지난달까지 김포공항과 연결되던 국내선 노선도 이달부터 끊겼다. 2008년 1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는 단 한 편의 비행기도 운항되지 않았다. 영국의 BBC 방송사는 양양공항을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국제공항'으로 꼽으며 '유령공항'이라 칭하기도 했다.

양양공항을 짓기 위해 투입된 예산은 3500여억원에 이른다. 이 공항은 2002년 개항 이후 지난해까지 1000억원 넘는 적자를 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김포·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한 11개 지방공항의 한 해 적자는 600억원에 육박했다.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마찬가지로 여야 할 것 없이 지역 표심을 잡기위해 앞다퉈 공항 건설 공약을 내세웠다. 이로 인해 사업성과는 무관하게 여기저기 공항이 들어섰다.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지역 개발에 대한 주민의 환상이 더해져 '유령공항'이 태어난 것이다.

양양공항과 같은 '묻지마'식 SOC 사업은 곳곳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최근 10년간 건설된 고속도로 15곳 가운데 이용률이 수요 예측보다 많은 곳은 1곳에 불과했다. 7개 고속도로의 이용률은 예상치의 50%를 밑돌았다. 나랏돈이 투입된 SOC사업이 ‘돈값’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SOC 사업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 '돈 먹는 하마' 된 SOC 사업…최근 5년 간 국민 1인당 450만원 부담

도로·철도·항만 등을 SOC라고 부른다.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국민 경제의 기초로 활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반시설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정부나 공공기관, 지자체를 중심으로 건설된다. SOC 사업은 그동안 경제 성장에 일정 수준 기여를 해왔다. 1968년 첫 삽을 뜬 경부고속도로는 한국 경제 성장의 상징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과거 고도성장기와 같은 SOC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SOC스톡(총량)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전국 도로의 총 길이는 2005년 10만2293㎞에 달한다. 국토면적당 도로 연장은 주요 20개국(G20) 국가 가운데 5위에 해당된다. 20개 국가 중 국토면적당 고속도로 길이는 1위, 철도 연장은 6위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국회에 제출한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SOC 스톡이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정부는 SOC 사업을 위해 매년 20조원 안팎의 혈세를 쏟아부었다. 최근 5년간 SOC 사업에 투입된 예산(본예산 기준)은 120조6000억원에 이른다. 2010년 25조1000억원, 2011년 24조4000억원, 2012년 23조1000억원, 2013년 24조3000억원, 2014년 23조7000억원이다. 지난 9월 경제활동가능인구(2676만6000명)를 기준으로 도로나 항만 건설 등을 위해 한 사람당 450만원을 지출한 셈이다. 그나마도 지방비로 지어지거나 민자 유치로 건설되는 사업은 제외한 수치다.

◆ SOC 투자의 경기 부양 효과? '글쎄'

SOC 사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일정 부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큰 공사가 있을 때마다 건설인부들을 고용하고, 이들이 음식점이나 숙박시설을 이용하면서 내수를 살린다. 재계, 특히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SOC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근거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성장 견인을 위한 SOC 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SOC 투자가 떨어지면 국내총생산(GDP) 성장 기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SOC 예산 감소가 국내 경제성장 동력 저하와 일자리가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설업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말은 옛 말이 됐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연구자료에서 "고용 효과가 떨어지는 건설 같은 산업 위주로 투자하다 보니 경제 성장이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대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산업별로 분류한 취업유발계수는 건설업(14.6)이 농림수산품(33.0). 음식점·숙박서비스(27.3), 보건·사회복지 서비스(18.8)보다 낮았다. 그나마도 질이 떨어지는 일용·단기직 일자리가 대다수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22조원의 혈세를 쏟아 부었으나 사실상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없던 4대강 사업을 보면 이런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일자리 34만개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하루 평균 공사 인력은 1만1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30% 정도는 외국인 노동자였다. 고용보험 신규 가입자 수로 보면 1200여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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