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섬유 산업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끈 주역
꼼꼼한 일처리·강한 추진력으로 스판덱스·타이어코드 성공 주도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 사진=효성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 사진=효성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29일 오후 6시38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2017년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지 7년 만이다. 그는 최근 건강이 악화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조 명예회장은 1935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다. 조홍제 효성 창업주의 장남으로 일본 와세다대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원에서 화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당초 대학교수를 희망했지만 1966년 박사 과정을 준비하던 도중 조홍제 창업주의 연락으로 귀국해 효성물산에 입사, 기업인의 삶을 시작했다.

그는 섬유 관련 주요 기술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해 한국 섬유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아울러 공학도 출신답게 꼼꼼한 일처리를 바탕으로 하는 기술 중심주의와 품질경영 등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조 명예회장은 신사업 추진을 과감하게 진행해 ‘만능 경영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1973년 설립한 동양폴리에스터로 관련 사업에서 성공한 후 1982년 회장으로 취임해 경영 혁신을 주도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합성섬유를 넘어 합성수지인 폴리프로필렌(PP) 사업에도 도전했다.

당시에는 나프타를 분해해 PP를 만드는 기술을 선진국이 선점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한 기업이 ‘탈수소공법’이란 신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사들였다.

주위 임원진은 기술 구매를 만류했지만, 조 명예회장은 강하게 밀어붙여 큰 성공을 거뒀다. 이를 통해 효성은 스판덱스는 물론, 타이어코드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경제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2007~2011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아 재계를 대변해 규제 개혁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일자리 창출 및 투자 활성화를 주도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경영자대상과 수출 유공 대통령 표창, 금탑산업훈장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를 개선한 공로로 제8회 한일포럼상을 받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송광자 여사와 장남 조현준 효성 회장, 차남 조현문 변호사, 삼남 조현상 효성 부회장 등이다.

발인은 다음달 2일 오전 7시,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