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은행별로 자율배상안 논의 진행
IBK기업은행, 상반기 만기 도래 잔액 없고 금소법 취지 맞춰 보수적 판매
디스커버리펀드 불완전판매 사태 계기로 환골탈태···향후 손실 가정해도 미미
불확실성 크지 않아 연간 실적 선방 전망···정부 기업 밸류업 정책과 주주환원 확대 요구 힘입어 배당 확대 가능성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급락에 따른 대규모 ELS(주가연계증권) 투자 손실을 피해간 IBK기업은행의 배당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홍콩ELS 총 판매액이 200억원대에 불과한 IBK기업은행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의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금액은 0원으로 나타났다. 오는 하반기 만기도래 예정 금액은 119억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은 우리은행 판매잔액 415억원보다도 3분의 1 수준도 안되는 규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이후 은행권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ELS 총 판매금액은 19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0%인 15조4000억원 만기가 올해 도래하며 상반기 만기 규모는 10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손실 확정액은 은행권에서만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IBK기업은행이 문제가 되는 홍콩H지수 ELS 상품의 주요 판매사가 아닌 이유는 지난 2021년 3월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취지에 맞춰 판매와 관련해 보수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거 디스커버리펀드 불완전판매 사태가 교훈이 되면서 환골탈태의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017~2019년 사이 고객들에게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 3180억원씩 총 6792억원 판매했다.

하지만 미국의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914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고 펀드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며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2021년 5월 디스커버리펀드 불완전 판매 혐의를 인정해 투자자에게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지만 최근 펀드 돌려막기와 운용사 임직원의 배임수재·횡령 혐의 등 추가 위법행위가 드러나면서 분쟁조정을 재실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IBK기업은행으로 하여금 위험도가 낮은 상품 위주의 판매를 시작하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규정과 절차를 지킨 만큼 적극적인 판매 기조는 아니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IBK기업은행은 아직 만기도래로 인한 손실도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손실이 나타나더라도 전체 상품 판매액이 적어 손실 규모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은행권 홍콩ELS 판매와 운용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 및 질타 부분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업계에서는 홍콩 ELS 사태로 은행권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 속에서도 IBK기업은행에 한해서는 불확실성이 크지 않아 1분기는 물론 연간 실적을 선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에만 약 2조원에 달하는 홍콩 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금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상품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KB국민은행만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과 시장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에 힘입어 IBK기업은행 배당 확대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적 선방을 통해 과거 대비 배당 매력이 높아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종목의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자사주 소각 또는 주주 배당 증가분에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과 함께 배당 확대에 따라 주주가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하는 대책 등 각종 세제 인세티브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의 올해 추정 당기순이익은 2조8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비 5.5% 증가해 사상 최고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IBK기업은행은 실적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며 "홍콩 ELS 사태로 인해 은행권 실적 악화가 예상되지만 IBK기업은행은 관련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어 "IBK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하락기에 배당주의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